[단독]김명수 대법원장, 법관대표회의 추천 무시 ‘독단 인사’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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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인사분과위원 임명 과정서
1위 추천 인물 대신 기존위원 연임
일부선 “올초 인사 비판 탓 배제”

김명수 대법원장. 사진공동취재단
김명수 대법원장. 사진공동취재단
김명수 대법원장이 판사 보직을 검토하는 법관인사분과위원을 임명하면서 전국 판사들이 1위로 선출한 판사를 임명하지 않고 기존 위원을 연임시켜 법원 내부에서 “독단적 인사”라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대법원장, 판사 투표 1위는 임명 거부
28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국 판사들의 회의체인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올해 9월 대법원 사법행정자문회의 산하 법관인사분과위원회 위원에 이영훈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사법연수원 26기), 황성미 서울고법 고법판사(35기), 이호산 광주지법 부장판사(34기), 유재영 수원지법 안양지원 판사(42기) 등 4명을 추천했다. 대법원 측에서 기존 위원이었던 이호산 부장판사와 유재영 판사의 임기가 끝나니 새 위원을 추천해달라고 법관대표회의에 의뢰했기 때문이다. 대법원 규칙상 대법원장은 법관대표회의가 2배수로 추천한 판사 중에서 위원을 임명한다.

하지만 김 대법원장은 1위를 기록한 이영훈 부장판사 대신 기존 위원이었던 이호산 부장판사와 유 판사를 9월 26일 연임시켰다. 법관대표들의 투표 결과는 이영훈 부장판사가 1순위였지만 2, 4순위였던 판사들이 연임된 것.

대법원은 9월 30일 대법원 규칙을 개정해 법관인사분과위원회를 총 7명으로 1명 증원했다. 그러면서 법관대표회의 측에 1명을 더 추천해달라고 의뢰해 결국 전유상 부산지법 판사(43기)가 10월 28일 임명됐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기존에 1위로 추천된 이영훈 부장판사를 임명하지 않고 다시 추천해달라고 한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임명 거부된 판사, 대법원 인사 비판 전력
법원 내부에서는 이영훈 부장판사가 대법원의 인사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인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영훈 부장판사는 올 초 김 대법원장이 윤종섭 부장판사와 김미리 부장판사를 서울중앙지법에 각각 6, 4년째 잔류시킨 인사 조치에 대해 비판적인 취지의 글을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보냈다고 알려져 있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한 법원에 3년, 한 재판부에 2년 근무하는 것이 관례지만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재판을 계속 맡기기 위해 이들을 잔류시킨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영훈 부장판사가 양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 전산정보관리국장을 지내면서 윗선의 지시에 따라 ‘법원 내 소모임 중복 가입 해소’ 관련 공지글을 법원 내부망에 올린 점도 이번 인사에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른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에 조금이라도 언급된 판사는 전국 판사들의 추천에도 불구하고 사법행정 관련 직책을 맡을 수 없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또 른 부장판사는 “김 대법원장이 제왕적 권한을 내려놓고 법관대표회의의 의견을 청취하며 수평적인 구조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여러 위원회를 만들었지만 사실상 위원회 인사는 대법원장이 독단적으로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 측은 이날 “대법원 규칙상 분과위원의 임기는 1년이고 연임할 수 있다. 또 대법원 규칙에 따라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추천한 판사 중 누구를 임명할 것인지는 대법원장의 권한”이라며 “그중 이영훈 부장판사를 임명하지 않은 이유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법관대표회의 “판사 인사 원칙 준수해야”
김명수 대법원장의 코드인사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태극기와 법원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김명수 대법원장의 코드인사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태극기와 법원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서울 지역에서 근무하는 한 부장판사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대법원이 추가로 법관인사분과위원을 추천해달라고 의뢰했더라도 전국법관대표회의는 기존에 투표를 통해 1순위로 선출한 판사를 추천했을 수도 있지 않느냐”며 “대법원이 기존 위원을 연임시키면서 다시 추천해달라고 했을 때 전국법관대표회의가 다시 투표를 진행한 것에 대해 법원 내에서 의문이 많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전국법관대표회의 측은 “대법원 측에서 법관인사분과위 위원의 연임 필요성이 있다는 설명과 함께 신규 위원 추천을 의뢰했고, 이를 법관대표들에게 전달하며 투표를 진행했다”며 “추가 위원 투표도 절차에 따라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이달 6일 전체회의를 통해 올해 초 불거진 김 대법원장의 ‘원칙 없는 법관 인사’를 사실상 비판하는 안건을 가결했다. 당시 법관대표회의는 “판사의 전보에 관한 인사 원칙과 기준은 준수되어야 하고, 그 원칙과 기준을 변경할 경우 사전에 공지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판사 인사에 관여하는 (대법원의 법관인사분과) 위원회가 실질적으로 인사 사안을 심의할 수 있도록 충분한 자료가 제공되어야 하고 필요한 인적, 물적 자원이 지원되어야 한다”고도 했다. 당시 법관대표회의에 참가한 판사들에 대한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는 법관대표회의가 대법원이 올해 초 단행한 서울중앙지법 정기 인사와 관련해 인사 원칙과 관례가 훼손됐다는 점을 지적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
#김명수 대법원장#독단 인사#법관대표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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