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언론법 우려’ 표한 UN 서한…그 뒤엔 이 사람들 있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3일 17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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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석 법률분석관·류제화 변호사 인터뷰]
아이린 칸 유엔 특별보고관에 언론중재법 문제 지적 탄원서한
서한 받은 칸 유엔보고관 3일 만에 韓정부에 “언론자유 중대위험” 공문

신희석 법률분석관(왼쪽)과 류제화 변호사.
신희석 법률분석관(왼쪽)과 류제화 변호사.
“보수 진보를 떠나 제대로 된 민주 사회라면 누군가는 국제규범에 맞지 않는 입안 시도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아이린 칸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지난달 27일 우리 정부에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언론 자유에 중대한 위험”이라며 수정을 촉구한 것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 서한은 국회로 전달됐고 여당은 개정안 처리를 한 달 미뤘다. 유엔에 언론중재법의 문제를 알리고 칸 보고관의 서한을 이끌어낸 데는 30대 MZ 세대인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법률분석관(39)과 류제화 여민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37)의 역할이 컸다.

두 사람은 24일 칸 보고관에게 탄원 서한을 보냈다. 류 변호사가 국내 헌법을, 미 하버드대 로스쿨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신 분석관이 국제법을 담당해 언론중재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신 분석관은 3일 본보 인터뷰에서 “탄원 서한을 보내자마자 칸 보고관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전체 원문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칸 보고관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응답한 것에 류 변호사는 “30일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치기 전에 유엔 차원에서 개입해야한다고 판단한 것 같다. 본회의 통과 이후에는 대통령에게 비토권을 요청하는 수밖에 없는데 국제기구로서 다소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 분석관은 “유엔 측에서 향후 국회의 언론중재법 논의 과정을 알려달라고 요청해 왔다”며 “국회 상황을 낱낱이 알릴 예정이다. 정치권이 유엔에서 이 문제를 곧 잊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표현의 자유는 민주사회의 보편적 핵심 가치라 미국에서도 대법원 판례로 언론에 대한 징벌적 배상을 어렵게 했다. 언론중재법은 대한민국의 국격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류 변호사도 “언론중재법은 사회의 숨 쉴 구멍을 막는 법안”이라면서 “법안이 처리되면 저부터도 굉장히 답답할 것 같았다”고 서한 발송 계기를 설명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때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에게 공동 서한을 보내며 처음 의기투합했다. 류 변호사는 “우리 국민의 인권이 유린될 동안 국가가 아무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데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역시 우리 정부와 북한 당국에 우려 서한을 발송했다.

두 차례 유엔의 반응을 이끌어 낸 두 사람은 ‘자유와 인권을 위한 워킹그룹(가칭)’ 결성을 구상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의 법안이나 조치가 국제 규범과 맞지 않을 때 목소리를 내는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정권과 이념을 떠나 제대로 된 사회라면 자유, 인권, 법의 지배에 대해 누군가는 일관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뜻이 맞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최지선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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