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일도 안 남은 대선…‘캐스팅 보트’ 2030 속마음은?

  • 뉴스1
  • 입력 2021년 8월 28일 0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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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재보궐 선거일인 4월7일 오후 청년유권자들이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자치회관에 마련된 투표소로 향하고 있다. 2021.4.7/뉴스1 © News1
4·7재보궐 선거일인 4월7일 오후 청년유권자들이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자치회관에 마련된 투표소로 향하고 있다. 2021.4.7/뉴스1 © News1
내년 3월9일 열리는 20대 대통령 선거가 19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어떤 후보가 2030세대의 민심을 사로잡을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 4월 보궐선거 결과를 토대로 2030세대가 선거결과를 좌우할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다는 판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젊은 유권자들은 정치적 성향은 주요 고려 사항이 아니며, 자신이 속한 세대 등 계층에 도움이 되는 후보를 뽑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대선후보들이 표심을 모으기 위해서는 ‘젠더’ ‘부동산’ ‘공정’이라는 3대 키워드를 공략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유진룡씨(가명·25)는 “성불평등 지수가 높다고 말하지만 우리 세대 남성들은 오히려 그 반대로 차별받는 식의 불평등을 겪고 있다”라며 “똑같이 대접받으며 자랐지만 군대 문제, 취업 시 여성 할당제로 남성들은 차별받는다”고 주장했다.

대학생 정은아씨(가명·23)는 “같은 세대 남성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점에 대해선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여전히 수많은 여성들은 ‘성적인 대상’으로 여겨지며,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로 잣대를 나누며 대해진다”며 “경력단절 문제나 주요 직무 취업 시 남성이 아니란 이유로 차별받는 점도 느낀다”고 밝혔다.

이에 다음 대선에서 대통령이 될 후보는 양측의 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정책을 가지고 나와야 한다고 입 모아 말한다. 실제 최근 젠더 문제를 둘러싼 남녀 인식 차이는 점점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손가락 모양’ ‘인터넷 용어’로 각 성별을 혐오한다며 갈등이 이어지고, 정치권에서도 이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발언을 쏟아낸다.

이런 점들이 지난 4·7 보궐선거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당대표 선거 당시 젠더 이슈가 실제 표심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이를 ‘갈등’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회사원 김수미씨(가명·30)는 “2030세대가 윗세대와 비교되면서 공격상대를 남녀 서로로 정한 점이 분명 있다”면서도 “이를 정치적으로 몰아가면 더 큰 사회적 갈등만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값이 폭등한 부동산 문제를 둘러싸고도 2030세대는 분노했다. 아직 학생이거나 공부 중인 20대들조차 “평생 돈 벌어도 집 한채 못 산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회사원 이준우씨(가명·34)는 “원래 돈을 평생 모아야 겨우 서울에 아파트 한 채 살 수 있던 상황이었는데, 최근 2년 사이 그 가격이 급격히 오르면서 집 사는 걸 포기했다”라며 “이미 예전에 집을 산 친구들과도 재산 차이가 벌어지면서 자존감만 떨어졌다. 새 대통령은 집값을 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학생 박준우씨(가명·25)는 “아직까진 집 살 생각조차 못 해봤지만 요즘 상황을 들으면 평생 집 걱정을 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답답하기만 하다”라며 “서울에는 집 지을 곳이 없어 재건축, 재개발을 늘려야 공급을 확대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규제만 하지 말고 뭐라도 해서 내가 집 구할 때는 걱정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청약 당첨도 가점이 거의 없는 2030세대에게는 어려움으로 다가온다. 최근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이 이어지고 있지만, 언제 입주할지도 모르고 당첨 확률도 없다고 판단한 2030세대는 청약을 포기하고 빚을 내 집을 산다. 청약에 당첨되도 빚을 내야 집을 살 수 있다 보니 안정적으로 살겠다는 젊은층도 늘고 있다.

불공정 문제도 2030세대가 핵심적으로 보는 대선후보의 정책 키워드이다. 인맥 등으로 이뤄지는 채용비리, 부와 권력으로 특혜를 받아 유학을 가고, 대학이나 대학원에 들어가는 현실을 보면서 이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공인들의 자녀들이 이런 문제의 정점에 있다보니 수많은 2030세대의 한숨을 자아냈다.

대학생 신지민씨(가명·24)는 “집에 돈이 많거나 부모님이 높은 자리에 있는 친구들은 취업도 잘하고, 공부를 못해도 유학을 가서 스펙을 쌓거나 부모님 회사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라며 “평범한 집안에서 자라난 내가 할 수 있는 건 공부밖에 없어서 학점도, 대외활동도 잘 챙기고 있지만 서류전형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신씨는 “공정함을 살릴 수 있는, 정의를 추구하는 후보가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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