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략적 침묵’? 비전발표회는 참석 “전례·원칙 없지만…”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0일 17시 28분


코멘트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가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2주기인 18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 김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8.18 사진공동취재단/안철민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가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2주기인 18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 김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8.18 사진공동취재단/안철민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열흘째 공개행보가 크게 줄고 정치적 현안에 대한 발언도 내놓지 않는 등 ‘잠행 모드’를 이어가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윤 전 총장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간 갈등에 공멸 위기감까지 나오며 질타가 쏟아지자 ‘전략적 침묵’을 택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잇따른 설화(舌禍)로 지지율이 주춤하자 현안에 침묵하고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나오고 있다.

● 전략적 잠행-침묵 이어간 윤석열
윤 전 총장은 여름휴가를 마치고 10일부터 정치행보를 재개했지만 20일까지 공개일정은 4일에 불과했다. 11일 국민의힘 재선 의원 간담회, 12일 코로나19 전문가 간담회, 15일 효창공원 내 묘역 참배,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 참배가 전부다. 6월 29일 대선출마 선언 이후 전국을 누비며 세 몰이에 나섰던 것과 대조되는 행보다.

윤 전 총장은 김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후 기자들을 만났지만 “추모하는 장소에 와서 세간의 정치를 얘기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만 밝혔다. 야권의 비판이 쏟아진 언론중재법 등 정치적 현안에 대해 입장도 본인 육성이 아닌 페이스북을 통해 발표했다.

국민의힘은 이 기간 동안 윤 전 총장 측이 이 대표 탄핵 가능성까지 언급한 윤 전 총장과 이 대표 간 통화 녹취록이 유출되는 등 내홍을 심하게 겪었다.

이후 당내 갈등이 확산되는 상황에서도 윤 전 총장은 철저히 ‘로키(low-key)’ 기조를 유지했다. 윤 전 총장은 “당의 갈등에 대해 아무 언급도 하지 말라”는 함구령까지 캠프에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캠프 관계자는 “윤 전 총장도 이 대표의 언행이 잘못됐다는 인식은 하고 있지만, 정권교체를 위해선 이 대표와 함께 가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며 “말을 못한 게 아니라 안 한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개 일정이 없는 기간에도 중도로 외연을 넓히기 위해 꾸준히 사람들을 만나왔다. 이번 주부터는 공개행보도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반면 말실수 논란이 잦았던 윤 전 총장이 설화를 피하기 위해 공개일정을 대폭 축소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한 대선주자 캠프 관계자는 “야권 지지율 1위의 유력 대선 주자가 공개 일정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유권자가 후보를 검증할 기회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서병수 사퇴했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
국민의힘 경선준비위원회의 월권 논란으로 촉발된 당내 갈등은 봉합 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26일 출범할 대선후보 경선 선거관리위원장으로 거론되던 서병수 경준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오해와 억측으로 공정성과 객관성을 의심받는 처지에서 경준위원장 직을 오늘부로 내려놓고, 거론되는 선관위원장도 맡지 않겠다”고 했다.

윤 전 총장도 25일 경준위 비전발표회에 참석하기로 했다. 윤석열 캠프 장제원 총괄실장은 “발표회는 전례도 없고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면서도 “당의 화합을 통해 정권교체를 이뤄내라는 국민의 목소리를 받들어 참석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만 선거관리위원회의 위원장을 누가 맡을지는 여전히 불씨로 남았다. 이 대표가 자신이 추진한 ‘서병수 카드’는 무산됐지만, “선수가 아닌 대표가 심판을 정해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대표가 선관위원장으로 미는 인물을 대선후보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당내 갈등은 다시 확산될 것”이라고 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