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에 방위비 비준 뒷전…한미 타결 5개월 지나서야 공청회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12일 16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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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한미가 타결한 제11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정(SMA)이 5개월 넘게 국회 비준을 받지 못한 채 12일로 126일째 국회에 계류되고 있다. 1991년 첫 방위비 협정 이래 국회 비준 지연으로 인한 협정 공백이 역대 최장 기간이 된 것. 국회가 비준에 늑장을 부리자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다양한 통로로 우리 정부에 우려를 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이날 제11차 방위비 협정 비준동의안에 대한 공청회를 처음 열었다. 공청회에서는 정부가 체결한 협정안에 대해 진술인으로 참석한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이 감액을 주장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외통위 야당 간사인 국민의힘 김석기 의원은 “방위비 협정 체결은 문재인 정부에서 하고 국회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밟는 것임에도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진술인이 완전히 상반된 주장하면서 비준시키면 안 된다고 하고 있다”며 “그러면 민주당은 이번 방위비 협정 국회 비준을 반대하는 입장인 것이냐”고 비판했다.

국회 비준이 늦어지고 있는 것은 여야가 대선 경선 국면에 돌입하면서 협정안 비준을 뒷전으로 미룬 데다, 민주당에서 방위비가 예년에 비해 큰 폭으로 늘어났다는 여당 내부 불만이 컸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통위원장을 맡고 있던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당대표에 선출되면서 이재정 의원이 직무대리를 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까지 상임위원장 배분을 둘러싸고 여야가 갈등을 벌여 국회 외통위가 정상 가동되지 않았다.

이번 SMA는 2020~2025년 다년 계약으로 올해 13.9%를 인상하고 이후 매년 방위비 증가율을 국방비 증가율에 연동하기로 했다. 2025년 분담금은 1조5000억 원에 달해 지난해 방위비보다 50% 증가하게 된다. 이에 여권 내부에서도 비판 여론이 커지자 민주당이 외통위 법안소위 전 공청위를 열기로 결정한 것이다. 외통위 야당 측 인사는 “따질 것은 따지더라도 비준이 늦은 상황에서 굳이 공청회까지 열지 않아도 되는데 여당에서 강력하게 주장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비준에 지나치게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동맹에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청회에 전문가로 참석한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가 취임 이후 속전속결로 방위비 협상을 타결하며 동맹 복원 메시지를 보냈는데 국회에서 발목이 잡혀 무색해졌다. 협상 내용의 문제는 지적하더라도 타결한 이상 비준 과정은 끌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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