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위한 사면이 분열 부를수도 국민공감대 형성돼야” 유보 입장
임기말 사면 단행 가능성도 열어둬
운 띄웠던 이낙연 “대통령 뜻 존중”… 윤영찬 “대선 전 다시 등장할 문제”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진행한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 논의에 대해 “두 분의 전임 대통령이 지금 수감돼 있는 이 사실은 국가적으로 매우 불행한 사태”라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초 제기한 사면 논의를 둘러싸고 여론이 부정적으로 기울자 “국민 공감대 없는 사면은 시기상조”라며 일단 유보적인 입장을 취한 것. 다만 문 대통령은 “언젠가 적절한 시기가 되면 아마 더 깊은 고민을 해야 될 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여론을 봐가면서 임기 내 사면을 단행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날 사면 관련 질문을 받은 문 대통령은 “사면의 문제는…”이라고 운을 뗀 뒤 입술을 굳게 다문 채 3초간 침묵했다. 이어 “고민을 많이 했지만 그냥 솔직히 제 생각을 말하기로 했다”며 작심한 듯 발언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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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다만 전임 대통령을 지지했던 국민들도 많이 있고, 그분들 가운데는 지금의 상황에 대해 매우 아파하거나 안타까워하는 분들도 많을 것”이라며 “언젠가 적절한 시기가 되면 아마도 더 깊은 고민을 해야 될 때가 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지금 미리 말하기는 어렵다”며 “그러나 (사면의) 대전제는 국민들에게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면을 둘러싸고 또다시 극심한 국론 분열이 있다면 그것은 통합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국민 통합을 해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사면에 대해서도 “아직까지는 정치인 사면에 대해 검토한 적이 없다”며 “개인적으로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과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는 엄연히 다르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신년 기자회견부터 갈등 리스크를 키울 수는 없지 않으냐. 사면은 당장 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사면 가능성을 아예 닫아놓지 않은 만큼 일각에서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문 대통령이 국민 통합과 포용을 명분으로 사면을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을 지낸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사면 문제는 내년 대선 기간 전 어젠다로 다시 등장할 것”이라며 “임기 중에 두 명의 대통령이 구속되는 불행한 상황이 있었기 때문에 마음속에 굉장히 담아두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내년 3월 대선 전 사면을 다시 고민할 수 있다는 것.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임기 막바지인 1997년 12월 20일 김대중 당시 대통령 당선인과 만나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논의한 뒤 같은 달 22일 사면을 단행했다.
문 대통령이 일단 사면을 유보함에 따라 차기 유력 대권 주자로서 새해 벽두부터 사면 카드를 던졌던 이 대표도 어느 정도 정치적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와 함께 문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지켜본 이 대표는 사면 논의를 첫 질문으로 받은 문 대통령이 “재판 절차가 이제 막 끝났다” “사면을 둘러싸고 또다시 극심한 국론 분열이 있다면” 등으로 발언하는 대목에서 고개를 끄덕였을 뿐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생중계 시청 10여 분 만에 자리를 일어선 이 대표는 기자들에게 “대통령의 뜻을 존중한다”고만 짧게 말하고 광주로 향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국립5·18민주묘지 참배 뒤에는 “대통령 말씀으로 그 문제는 매듭지어져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가 지난해 11월 1일 이후 78일 만에 광주를 찾자 사면론 이후 떨어진 호남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야권은 사면에 대한 문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데 국민 통합을 위해 결단할 문제지 정치적 고려로 오래 끌 일은 아니다”라며 “신속한 사면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친이(친이명박)계의 좌장인 이재오 전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임기 말에 반대편 국민들까지 포용할 생각을 해야 한다”며 “사면은 빠를수록 좋다”고 했다.
박효목 tree624@donga.com·최혜령·윤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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