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ICBM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北核 고도화 ‘임계점’ 넘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18일 17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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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티지재단 보고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다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평가가 알려지면서 북핵 고도화가 ‘임계점’을 넘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 본토 전역에 대한 북한의 핵타격력 완성을 기정사실화했다는 점에서 향후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북-미 비핵화 협상에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브루스 클링너 미 해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은 18일 재단이 공개한 ‘2021년 미국 국방력 지수’ 보고서에서 “CIA는 북한의 ICBM이 정상궤도로 비행한다고 가정할 때 (대기권) 재진입체가 충분히 정상 작동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화성-14(ICBM급)·화성-15형(ICBM)을 정상각도로 쏴 올리는 실전테스트를 하지 않았지만 그간의 발사시험을 통해 재진입 기술을 완성했음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화성-15형은 사거리가 1만 3000km로 추정돼 뉴욕·워싱턴을 비롯해 미 본토 대부분이 타격권에 들어간다.

통상 ICBM의 재진입 기술 검증은 정상각도로 발사한 뒤 수천 km 밖의 낙하지점에 떨어진 재진입체를 회수해 이상 유무를 분석하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북한은 2017년 화성-14·15형을 고각(高角)으로만 쏴 올려 재진입 기술은 아직 검증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군 관계자는 “(CIA 평가가 사실이라면) 북한은 ICBM을 정상각도로 쏘지 않고도 재진입 기술을 완성한 첫 케이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CIA가 어떤 근거로 이런 평가를 했는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군 안팎에선 2017년 화성-14·15형의 잇단 고각(高角) 발사 성공 이후 CIA가 북한의 재진입 기술 개발 관련 첩보를 수집하는데 총력을 기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첩보위성 등 최첨단 감시장비와 휴민트(HUMINT·인적정보) 등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동향을 집중 추적하는 과정에서 ICBM의 재진입 기술 완성을 뒷받침할 ‘스모킹건(결정적 증거)’를 포착했을 개연성이 크다는 얘기다.

지난달 당 창건 기념 열병식에서 북한이 전격 공개한 세계 최대급의 ‘괴물 ICBM’이 주요 단서라는 주장도 나온다. 화성-14·15형의 개발 과정에서 축적된 기술로 ICBM용 재진입체 및 다탄두 기술을 완성했고, 그 결집체가 ‘괴물 ICBM’으로 구현됐다는 것이다.

공화당의 핵심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이 CIA 평가를 공개한 것은 바이든 행정부(민주당) 출범을 앞두고 북핵위협을 간과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핵 위협 대응을 위해 많은 예산을 투입한 미사일방어(MD) 강화 작업 등이 축소될 여지를 사전 차단하겠다는 의도라는 얘기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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