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종전선언-비핵화 따로 놀수 없어”

박효목 기자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 신규진 기자 입력 2020-10-17 03:00수정 2020-10-17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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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실장 취임후 폼페이오 첫 만남
美와 ‘남북관계-비핵화 보조’ 확인
“독자 남북협력 사업 추진 않겠다” 한미동맹 균열 우려에 선그어
방위비는 “깊이있는 대화 안해”… 美 분담금 인상요구 거세질 전망
워싱턴서 회동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오른쪽)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5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 국무부에서 회담을 시작하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 실장은 회담 뒤 기자들과 만나 “종전선언이 (비핵화와) 따로 놀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은 상식”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제공
방미 중인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15일(현지 시간) “종전선언은 (비핵화와) 따로 놀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라며 종전선언을 북한 비핵화와 연계해 추진하고 있다는 뜻을 거듭 강조했다. 남북관계와 비핵화가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에 일단 주파수를 맞추는 모양새를 보인 것이다. 서 실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인사들과의 연쇄 접촉에서 ‘북한이 비핵화에 나설 경우 종전선언을 추진한다’는 미국의 원칙적 입장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실장은 이날 미국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만났다. 서 실장이 폼페이오 장관과 만난 것은 국가안보실장 취임 후 처음. 이날 회동에는 앨릭스 웡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와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 직후 “남북문제와 비핵화는 불가분”이라고 했던 마크 내퍼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도 참석했다.

서 실장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남북관계를 독자적으로 해나갈 것이냐’는 질문에 “남북관계는 남북만의 관계라고는 할 수 없다”며 “미국과 주변국과 서로 함께 의논하고 협의해서 진행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북-미 비핵화 대화와 별개로 남북협력 사업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면서 “남북관계나 북한과의 핵 협상이 시작된 것도 폼페이오 장관이 중앙정보국(CIA) 국장으로 있을 때 긴밀하게 협의한 가운데 계속돼 온 것 아니겠나”라고 덧붙였다. 국가정보원장 시절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부터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까지 트럼프 정부 초대 CIA 국장이었던 폼페이오 장관과 이른바 ‘스파이 라인’을 구축해 긴밀히 협의해온 점을 들어 한미동맹 균열 우려에 선을 그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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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실장은 종전선언과 관련해 “항상 협상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던 문제였고 그 부분에 있어서 한미 간에 다른 생각이 있을 수 없다”며 “문제는 종전선언이 비핵화 과정에서 선후 관계가 어떻게 되느냐, 또는 비핵화와의 결합 정도가 어떻게 되느냐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폼페이오 장관과의 연쇄 회동에서 서 실장은 한미 간 비핵화 과정에서 종전선언을 추진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문 대통령이 선(先)종전선언을 제안한 가운데 미 대선 전후 남북 간 접촉을 위한 미국의 이해를 구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비핵화 입구로 종전선언을 추진한다는 구상에는 미국이 여전히 이견을 보이고 있는 만큼 북한의 호응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비핵화 과정에서 종전선언을 추진한다는 미국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한국은 한국대로 종전선언을 계속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 실장은 방위비 협상 등에 대해선 “크게 깊이 있는 대화를 지금은 안 했다”며 “우리 입장도 가능하면 빠른 시일 내에 방위비 문제가 합리적으로, 또 상호 수용 가능한 선에서 타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에 따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안보협의회(SCM)에서 미국의 청구서를 받아들고 돌아오게 된 가운데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를 둘러싼 미국의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요구사항이 많은 것에 비해 우리가 양보할 사안이 거의 없어 SCM 시작 전부터 협상 전망이 좋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며 “최근 미국과 정책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분위기가 그대로 반영됐다”고 전했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 신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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