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긴장 숨고르기]동생에 악역… 金 ‘대화 여지’ 시그널
국면 주도권 노린 전형적 이중전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3일 당 중앙군사위원회 예비회의에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주도해온 대남 군사행동 계획을 돌연 보류시키면서 ‘백두혈통’ 남매의 역할 분담도 조명받고 있다.
김 위원장의 보류 지시는 동생인 김여정이 16일 담화에서 “대남 군사행동을 결행하기 위한 당 중앙군사위 결정을 기다리겠다”고 한 지 7일 만이다. 4일 담화로 대남 비방 포문을 연 김여정이 인민군을 동원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4대 군사행동 지침을 마련하도록 하자 그동안 침묵하던 중앙군사위원장인 김 위원장이 제동을 건 모양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도발과 긴장 완화를 오가며 국면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북한의 전형적인 ‘이중전술’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여정에게 악역을 부여한 대신 김 위원장은 ‘최고지도자는 관대하며, 대화할 여지가 있다’는 신호를 줘 대화의 끈을 유지하는 효과를 노렸다는 것이다. 또한 최종 결정권자는 김 위원장임을 재확인하는 의도도 담겨 있다.
김 위원장이 김여정의 연쇄 담화와 도발을 통해 한국은 물론 대선을 앞둔 미국의 반응을 확인하려 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노동신문이 이날 김 위원장이 소집한 중앙군사위 예비회의에서 “나라의 전쟁 억제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국가적 대책들을 반영한 여러 문건들을 연구했다”고 한 만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같은 대미 도발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미 짜놓은 시나리오라는 분석도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군사분계선 일대의 움직임 등은 김정은 허락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김여정 역시 김 위원장의 목소리를 대신할 아바타일 뿐”이라고 진단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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