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와 호르무즈 협력”… 靑, 파병카드 꺼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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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訪韓 볼턴과 155분 회동
볼턴 “中-러 군용기 KADIZ 진입, 비슷한 상황 생기면 한미 긴밀협의”
日수출규제-방위비 문제도 논의

정의용-볼턴 회동 자리에 놓인 거북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오른쪽)이 24일 청와대 접견실에서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밝은 표정으로 대화하고 있다. 두 
사람이 앉은 의자 뒤편의 커다란 거북선 모형이 눈에 띈다. 한일 갈등 상황을 고려해 일부러 준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청와대 관계자는 “원래 그 자리에 있던 모형”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제공
정의용-볼턴 회동 자리에 놓인 거북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오른쪽)이 24일 청와대 접견실에서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밝은 표정으로 대화하고 있다. 두 사람이 앉은 의자 뒤편의 커다란 거북선 모형이 눈에 띈다. 한일 갈등 상황을 고려해 일부러 준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청와대 관계자는 “원래 그 자리에 있던 모형”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제공
청와대가 미국의 요청을 받아들여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참여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하고 백악관과 관련 논의를 시작했다. 이와 함께 러시아와 중국 군용기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무단 진입 같은 엄중한 안보 상황에 대해 양국이 긴밀히 협의하기로 뜻을 모았다.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4일 청와대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만났다. 청와대는 “양측은 민간 상선의 안전한 항해를 위한 국제적 노력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이와 관련해 특히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해상 안보와 항행의 자유를 위한 협력 방안을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결정하고 규모와 시점 등에 대해 미국과 논의하겠다는 뜻이다. 9년 만의 파병이 현실화되는 양상이다. 두 사람은 이날 오전 1시간 15분가량 청와대에서 만난 데 이어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오찬을 함께하는 등 모두 2시간 35분가량 만났다. 청와대는 “호르무즈 해협에 관해 심도 깊은 협의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정 실장에 이어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이런 흐름에 동참했다. 이날 오후 외교부 청사에서 볼턴 보좌관을 만난 강 장관은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데, 여기서 상황을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미국의 리더십에 사의를 표한다”며 “우리는 이를 전적으로 지지한다(fully supportive)”고 말했다.

정부 안보 라인 핵심 인사들의 이 같은 반응은 한일 갈등 국면에서 호르무즈 해협 파병 카드가 백악관을 움직일 수 있다는 판단을 담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청와대는 정 실장과 볼턴 보좌관의 회동에서 “지역 및 글로벌 차원에서의 양국 간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해 협의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방안은 한일 관계에 대한 논의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청와대가 파병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군 안팎에서는 아덴만에서 활동 중인 청해부대의 작전 지역을 호르무즈 해협 일대까지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영해 감시 등 전력 공백을 막을 수 있는 데다 신규 파병과 달리 작전 지역 변경은 국회 동의를 거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볼턴 보좌관은 전날 중-러 군용기의 무단 KADIZ 동반 진입에 대해 “앞으로 유사한 상황에 대해 양국이 긴밀히 협의해 나가자”고 말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또 한일 갈등 상황에 대해 “지역 및 글로벌 차원에서의 양국 간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해 협의했다”는 표현으로 발표문에 담겼다. 아울러 2020년 이후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서는 “동맹의 정신을 기반으로 가장 합리적이고 공정한 방향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고 대변인은 밝혔다.

박효목 tree624@donga.com·한상준 기자
#문재인 정부#호르무즈 해협 파병#미국#중러 군용기#kadiz 무단 진입#존 볼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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