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삼척항 접안 北어민들에 현장서 1차 조사까지 했다”…동영상 입수

  • 뉴시스
  • 입력 2019년 6월 21일 14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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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北 주민 상대로 조사하는 장면 담긴 영상 입수
영상 속 어선 내부 공간에 엔진기관 추정 물체도 보여
軍, 사건 초기 내용 공유하고도 언론에는 알리지 않아
軍 "합동심문조 조사 진행 중…정확한 정보 제공 제한"

북한 어선이 동해 삼척항에 접안한 ‘대기 귀순’ 사건과 관련해 군 당국의 오락가락 해명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당시 경찰이 현장에서 1차 조사까지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군 당국이 관련 내용을 유관기관과 공유하고도 대외적으로는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 혼선을 초래하는 등 결과적으로 군 스스로 논란의 불씨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뉴시스는 지난 15일 북한 주민 4명이 탑승한 어선이 강원도 삼척항 방파제에 정박해 경찰 조사가 진행되는 모습을 촬영한 영상을 21일 입수했다.

독자로부터 제공 받은 이 영상에는 당시 산책을 나온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삼척 파출소 소속 경찰이 어선을 타고 온 북한 주민을 상대로 남하 경위 등을 묻는 장면이 담겼다.

해당 영상에서 경찰은 북한 주민에게 “기관 고장으로 들어왔다고 했는데, 출입은 언제 했느냐”고 물었다. 이에 북한 주민은 “우리가 바다에서 한 사흘 동안 (동력을) 수리했다”고 답했다.

경찰은 또 “사흘 동안 수리해서 하루 만에 들어 온 것이냐”며 “시간은 정확하게 몰라도 (삼척항으로 이동한 것이) 낮이냐, 아침이냐, 밤이었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다른 북한 주민은 “밤”이라고 답했다. 이때 경찰은 지난 14일 밤 이들이 삼척항으로 이동했다는 초기 진술을 확보했다.

영상에서 북한 주민 2명은 경찰의 질문에 적극적으로 답하는 모습이었고, 다른 2명은 바다 쪽을 보고 서 있었다. 또 현장에 함께 나간 다른 경찰이 배 곳곳을 수색하는 모습도 찍혔다. 목선에 있는 작은 내부 공간에는 엔진기관으로 추정되는 초록색 물체도 보였다.

따라서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이 1차 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해경은 이들에 대한 추가 조사 결과를 사건 초기부터 군 당국에 상세하게 전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내용은 김정재 자유한국당 의원이 해경으로부터 제출 받은 상황보고서에 해경이 합참 지휘통제실과 해군 1함대사령부, 청와대, 총리실, 국정원, 통일부 등에 전파한 것으로 나와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해경은 사건 당일 오전 6시50분께 신고자로부터 ‘삼척항 방파제에 미상의 어선(4명 승선)이 들어와 있는데 신고자가 선원에게 물어보니 북한에서 왔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해경은 삼척파출소를 통해 함경북도 경성에서 지난 5일 조업차 출항해 10일께 기관고장으로 표류하다 14일 기관이 수리돼 삼척항으로 입항했으며 선명은 ‘ㅈ-세-29834’이고 목선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해경은 오전 7시59분께 발송한 보고서 2보에서 북한 선원의 진술을 토대로 6월14일 기관수리를 ‘6월13일 기관수리’로, 14일 입항을 ‘15일 6시30분~6시40분경 입항’으로 정정한다고 보고했다.

오전 10시8분께 발송한 보고서 3보에는 P-60 정이 북 어선 삼척항에서 예인해 동해항 내 해군 측에 선박만 인계했다고 적시됐다. 동해청도 북한 선원 인적상황과 함께 해경과 동일한 내용의 보고서를 4차례에 걸쳐 작성했다.

그럼에도 군 당국은 지난 17일 북한 어선 관련 최초 언론 브리핑에서 어선이 발견된 장소를 삼척항 인근이라고 말하면서 해상에서 최초 발견된 것처럼 발표했다.

또 선박의 길이는 10m, 폭 2.5m, 높이 1.3m, 무게 1.8t 등 크기에 대해서만 설명하고, 동력기관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 어선이 엔진 동력으로 삼척항 방파제에 접안한 사실 자체를 숨겼다.

이후 대다수 언론은 군 당국의 발표 내용을 토대로 북한 어선이 무동력 상태로 해상에 표류한 것을 어민이 발견한 것으로 보도했지만 군 당국은 이를 바로잡지 않았다.

관련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되자 지난 19일 추가 브리핑을 통해서야 진위를 설명했다. 군 당국은 북한 어선에 28마력짜리 엔진기관이 있었고, 삼척항 방파제에 정박한 것을 산책 나온 민간인이 112에 신고하면서 최초 발견했다고 실토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북한 어선이 발견된 것과 관련해 경계작전에 대한 허점을 지적하는 언론 보도가 있어 당시 군의 경계태세에 문제가 없었고, 일부 식별이 제한됐던 점을 부분적으로 설명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관계기관이 참여한 합동심문조에서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었기 때문에 북한 어선이 남하한 경위에 대해서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방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 일선 부대가 적절한 조처를 취했는지 규명하기 위해 이순택 감사관을 단장으로 하는 합동조사단을 편성해 동해 일대 해안·해상 경계 작전 관련 부대를 대상으로 1주일 동안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합동조사단은 북한 어선 관련 경계작전 상황의 사실관계와 허위보고, 은폐행위 등이 있었는지 집중적으로 규명할 예정이다. 따라서 합동조사단 조사 결과에 따라 관련 지휘 책임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문책이 예상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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