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 대표 회담 형식에 대한 자유한국당과 청와대의 견해차가 여전하다. 5당 여야 대표가 모두 참여하길 원하는 문 대통령과, 단독회담을 요구하는 한국당 황교안 대표 간 평행선이 지속될 경우 일각에선 황 대표가 불참하는 ‘반쪽 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황 대표는 12일 경북 영천 은해사에서 열린 봉축법요식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회담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용이 있는 회담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진정한 대화 의지가 있으면 제 말씀(일대일 회담)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기자들이 ‘일대일 회담이 아니면 참석 안 하겠다는 건가’라고 재차 묻자 “참석 안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과 5당 대표 간의 회담이 되면 ‘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쇼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황 대표의 생각이 바뀔 여지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당은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지정 강행 이후 “다른 야당과는 함께할 수 없다”는 기류가 더 강해졌다.
하지만 청와대도 강경하다. 한 고위 관계자는 황 대표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면) 정당별로 일대일로 (돌아가면서) 만나면 되지 않느냐”고 한 것에 대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한국당을 최대한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야권 유력 대선 주자인 황 대표를 문 대통령이 독대할 경우 황 대표의 정치적 입지만 더 키워줄 수 있다는 우려도 청와대 안팎에선 들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와대 일각에서는 “황 대표를 빼고 4당 대표 회동이라도 추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날 열린 고위당정청회의에서도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 회동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회의 뒤 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일대일로 대통령과 영수회담을 하자는 것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제왕적 총재가 있을 때 하던 방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회담을 제안한 가장 큰 이유인 대북 식량 지원 문제의 진척 여부에 따라 황 대표와의 단독 회담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지난해 4월 남북 정상회담 직전 문 대통령은 대북 문제에 대한 협조를 구하기 위해 홍준표 전 대표와 단독 회담을 했다. 여권 관계자는 “단독 회담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대북 식량 지원을 수용하겠다는 한국당의 확실한 약속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당 추경호 전략부총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대북 식량 지원은 북핵 문제의 해결이라는 원칙을 놓고 판단해야지, ‘조건을 수용해줄 테니 회담을 하자’는 식으로 구걸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