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조직 감췄다” vs “진실 왜곡하는 재능” 유시민·심재철, 공방 2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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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5월 3일 09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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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서울대 총학생회장이었던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과 서울대총학 대의원회 의장이었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진실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1980년 5월 심 의원과 유 이사장은 비밀조직인 서울대농촌법학회에서 함께 활동했었는데, 유 이사장이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로 끌려가 조사받았을 때 작성한 진술서를 두고 공방이 벌어진 것이다.

공방은 앞서 지난달 20일 KBS 예능 프로그램 '대화의 희열2'에 유 이사장이 출연해 했던 발언이 발단이 됐다. 당시 방송에서 유 이사장은 "뜻밖의 글쓰기 재능을 발견한 곳이 합수부"라며 "(진술서를 쓸 때) 누구를 붙잡는데 필요한 정보 이런 것은 노출 안시키고, 비밀 조직은 노출 안 시키면서 모든 일이 학생회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썼다"고 말했다. 그는 "진술서를 쓰고 있으면 안 때리니 밤새 썼다"며 "어떻게든 분량을 늘려야 하니 하루에 100장을 쓴 적이 있는데 그때 내가 글을 잘 쓴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자 심의원은 22일 페이스북에 "유시민은 역사적 진실을 예능으로 왜곡해서는 안된다"며 "21살 재기 넘치는 청년의 90쪽 자필 진술서가 다른 민주화 인사 77명의 목을 겨누는 칼이 되었다"고 적었다.

심 의원은 "유시민은 누구를 붙잡는데 필요한 정보는 노출 안시키면서 진술했다고 합리화 했지만 그의 상세한 운동권 내부 동향 자백진술서는 사실상 그가 진술서에서 언급한 77명의 민주화 운동 인사를 겨눈 칼이 되었고, 그 중 3명은 김대중내란음모사건의 공동피의자 24인에 포함되는 등 핵심 증거로 활용되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의 1, 2심 판결문에서 증거로 적시된 유 이사장의 진술서 내용을 일부 공개했다.

심 의원은 1980년 6월30일 내란음모 사건의 피의자로 체포돼 중앙정보부에서 고문을 받았는데, 유 이사장의 진술서가 심 의원에게도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주장이다. 심의원 글에 따르면, 당시 유 이사장은 군검찰에 임의진술한 참고인진술조서를 작성한 후 불기소로 풀려났다.

이에 유 이사장은 1일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에서 "심 의원 본인의 진술서를 공개해봤으면 한다. 김대중 내란음모 조작사건 당시 군사법정에 제출된 심 의원의 자필 진술서와 진술조서, 법정 발언을 날짜순으로 다 공개해보면 제 진술서에 나온 내용이 누구 진술서에 제일 먼저 나왔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본인 진술서는 심 의원의 진술에 맞춰 썼다는 것.

유 이사장은 "심 의원을 비난하고 싶지 않다. 당시 형제처럼 가까웠다. 심 의원도 이제 이 일에 그렇게 매달리지 않고 자기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다"며 "우익 유튜버들이 내가 동지를 밀고했다는 둥 헛소리를 한다는데, 계속 그런 식으로 하면, 제가 송사하는 것을 정말 안 좋아하는데 어떻게 할지 모른다"고 경고를 덧붙였다.

그러자 심의원은 2일 다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유 이사장이 다시 한번 진실을 왜곡하는 예능의 재능을 발휘했다"며 "유시민의 합수부 진술서는 내가 체포(6월 30일)되기 전인 6월 11일과 12일에 작성됐다"고 재반박했다.

심 의원은 "유시민은 '학생 시위와 관련하여 이미 공개되었거나 어차피 알려질 수밖에 없는 일들을 세세하게 진술했다'고 말했지만, 유시민은 그의 진술서에서 총학생 회장단이나 학생지도부 외에 복학생 등 여타 관련자와의 사적 대화까지 상세하게 진술해 수사초기 신군부의 눈과 귀를 밝혀준 셈이 되었다"며 "6월 11일자 유시민 진술서에 언급된 77명 중 미체포자 18명이 6월 17일 지명수배되었고 이 중 체포된 복학생 중 일부는 이해찬에 대한 공소사실의 중요 증거가 되었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특히 (수사관은 유시민 진술서에서) ‘김대중, 이해찬, 민청협, 복학생, 정치적 발언, 시위’ 등의 문구에는 빠짐없이 밑줄을 쳐가며 주목했다"며 "유시민의 진술은 김대중과 학생시위 지도부 사이에 연결고리를 찾던 신군부가 퍼즐을 맞출 수 있는 단서(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사관이 밑줄친 유 이사장의 진술 일부를 추가로 공개했다.

심 의원의 재반박과 관련해 유 이사장은 언론에 문자 메시지를 보내 "제가 설명할 책임을 느끼는 문제는 다 이야기했다. 논쟁할 가치도 없고 논쟁할 의사도 없다"며 "애쓰는 심 의원이 안쓰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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