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협상 고? 스톱?…향방 가늠할 징후 몇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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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3월 7일 17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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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 및 미사일 시험중단-한미연합훈련 유예 지켜져야
北매체의 회담 평가·최고인민회의 金메시지·시진핑 방북

제2 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북미협상 전망에 관심이 모아진다.

대화 동력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이지만 상황이 급속히 악화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 있다. 북미 협상의 향방을 가늠해볼 수 있는 징후들을 짚어봤다.

북미가 대화의 기본 조건으로 삼고 있는 것은 핵 및 미사일 시험의 ‘모라토리엄’(유예 및 중단)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유예다. 한미 군 당국은 대규모 합동군사훈련인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훈련’ 그리고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을 올해부터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최근 국방부는 밝혔다.

이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하노이 회담 직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미사일 시험 중단 방침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도 심야 기자회견에서 “이번 회담에서 우리는 핵 시험과 장거리 로켓 시험 발사를 영구적으로 중지한다는 확약도 문서 형태로 줄 용의를 밝혔다”고 말했다.

당장에 북미가 이 같은 기본적 신뢰 조치를 허물 가능성은 낮다고 관측되지만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북한의 동창리 서해 발사장과 평양 외곽 산음동 미사일 종합연구단지의 움직임이 최근 관심의 초점이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들 시설의 동향에 대해선 회담 결렬에 대한 시위 성격으로 ‘핵·미사일 실험이 없다’는 점을 치적으로 내세우는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하려는 것, 문재인 대통령의 보다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압박하려는 의도 혹은 북미회담 합의를 대비해 폭파쇼를 준비했던 것이 잘못 이해됐다는 등의 진단이 나온다.

실상이 어떻든 간에 대화를 유지하는 조건이 흔들리면 협상은 중단될 가능성이 무척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백악관에서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는 아직 이르다”면서도 “그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면 매우 실망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이 같은 사례는 과거에 있었다. 남북한 관계 발전에 따라 1992년 초 연례적인 한미군사훈련인 팀스피리트는 유예됐다. 하지만 한미 당국은 사찰에 대한 북한의 비협조를 문제 삼아서 1993년 훈련 재개를 결정했다. 군사적 압박으로 이 문제를 풀려 했던 것. 북한은 1993년 3월 훈련이 시작되자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했다. 1994년 10월 제네바합의 때까지 한반도 전쟁 위기는 크게 고조됐다.

미국이 대화 의향을 밝혀왔기 때문에 북미 간 물밑 접촉 가능성이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방북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미 정보당국은 2009년부터 접촉해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접점을 찾게 되면 실무회담 재개로 갈 수 있고, 그렇지 않다면 위기 국면이 조성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4월 초 열릴 예정인 최고인민회의도 주목 사항이다. 최고인민회의는 북한 헌법상 국가 최고 지도기관이다. 이 회의에서 향후 북미 및 남북 관계와 관련한 결정 또는 대외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중국의 움직임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안찬일 북한연구센터소장은 “시진핑 주석이 3월 말이나 4월 초쯤에 평양을 방문한다면 체면을 봐서라도 도발을 자제할 것이다”고 말했다. 중국 최대의 연례 정치행사인 양회는 오는 15일 끝난다. 시 주석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 비핵화, 대화를 통한 현안 해결을 3대 원칙으로 두고 있다.

북한 매체들의 하노이 회담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향후 협상 의지의 풍향계가 될 수 있다. 북한이 6일 제2차 북미정상회담과 베트남 친선방문 과정을 담은 기록영화를 통해 ‘하노이 회담’ 결과를 전달하며 “논의된 문제들을 위한 생산적 대화를 계속 이어나가기로 했다”고 대화 의지를 강조했다.

미국 쪽에선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언행에 주목해봐야 한다. ‘슈퍼 매파’인 볼턴 보좌관은 하노이에서 워싱턴으로 돌아온 뒤 폭스뉴스, CBS, CNN 등과 연쇄적으로 인터뷰를 했다. 그는 ‘선비핵화 후보상’을 강조하며 대북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백악관 보좌관이 대통령과의 교감 없이 언론 인터뷰를 했다고 보긴 힘들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략적으로 ‘노딜’을 선택했고, 이후 자신에게 쏟아지는 책임론을 피하기 위해 볼턴 보좌관을 내세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볼턴 보좌관의 일방주의가 계속 부각되면 협상 재개는 난망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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