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근로 연내 개정 여야정 합의, 대통령 혼자 뒤집어” 野 반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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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처리 연장 요청’ 발언 파문

문재인 대통령이 여야정 상설협의체에서 합의한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법 개정 문제에 대해 “국회에 (논의할) 시간을 더 달라고 부탁하겠다”고 한 것을 두고 야당이 “일방적 협치 파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과 여야5당 원내대표들은 5일 여야정 상설협의체 첫 회동에서 탄력근로제 법안 처리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여야 추가 합의로 법 개정을 연내에 마무리 짓기로 한 상태였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이 같은 여야정 합의사항 이행을 보류하겠다는 것이어서 정기국회 내내 진통이 예상된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23일 의원총회에서 “문 대통령이 여야정 상설협의체에서 어렵게 합의를 이뤄낸 탄력근로제에 대해 뜬금없이 국회 처리 연장 요청을 하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여야정 협의 과정에서 주 52시간 근로제의 보완책으로 탄력근로제 적용 기간을 기존 3개월에서 6∼12개월로 확대하는 법안의 연내 처리를 강력히 주장해왔다.

김 원내대표는 “도대체 문 대통령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에 어떤 빚을 졌기에 민노총이 대화에 참여 안 한다고 해서 기업들의 애환과 고충은 멀리하는지 국민들이 분노한다”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도 한국당과 같은 입장이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최고위 회의에서 “민생경제가 파탄에 치달았는데 내년 임시국회로 탄력근로제 법안 처리를 미루자고 하는 것은 정부여당의 안이한 판단이다. 예정대로 이번 정기국회 내에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평화당도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은 여야정 합의사항”이라며 연내 처리 입장을 고수했다.

전날 문 대통령은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출범식에 참석해 “경사노위에서 탄력근로제를 논의하면 국회도 그 결과를 기다려줄 것이다. 대통령도 국회에 시간을 더 달라고 부탁하겠다”며 입장을 바꿨다. 그러면서 “경사노위에서 합의하면 반드시 실행하겠다”며 “경사노위가 탄력근로제를 논의한다면 장시간 노동 등 부작용을 없애는 장치와 임금 보전 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며 민노총의 대화 참여를 촉구했다.

여당도 지원 사격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경사노위에서 논의하겠다고 하면 국회에서는 (일단) 기다렸다 그 결과를 입법하는 게 사회적 갈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거들었다. 전날 홍 원내대표는 “경사노위에 두 달 정도 시간을 줘야 할 것 같다. 내년 1월 말까지 합의가 이뤄지면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며 내년 2월로 처리 시한을 새롭게 제안한 바 있다.

이처럼 여권이 태도를 바꾼 것은 민노총 내부 사정을 감안한 것이다. 민노총은 내년 1월 대의원대회를 열어 경사노위 참여 여부를 결정할 예정. 여권은 민노총이 경사노위에 참여하면 그간 노동계가 요구해온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재계가 바라는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을 연계시켜 합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그러면서도 정부여당은 민노총에 끌려다니지만은 않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경사노위에서 충분히 토론을 통해 결론이 만들어지면 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라면서도 “민노총이 참여하지 않는다고 경사노위가 매듭을 안 지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여당의 요구대로 탄력근로제 확대 논의가 내년 2월로 미뤄지면, 올해 말 주 52시간제 처벌유예 기간이 끝나 현장에서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고야 best@donga.com·김상운 기자
#문재인 대통령#여야정 상설협의체#탄력근로제#경제사회노동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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