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회 벽 막혀 16년간 지지부진… 日, 온라인 진료후 약 배달 서비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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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술발전 외면한 낡은 규제”

원격의료란 환자가 직접 병·의원을 가지 않고도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의사의 진료, 자문 등을 받을 수 있는 의료서비스를 말한다. 즉 의사와 환자 간 직접 대면 없이 진료를 볼 수 있는 것이다.

국내 최초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1988년 서울대병원과 경기 연천보건소 간에 이뤄졌다. 이후 2002년 의료법 개정으로 의사-의료인 간 원격의료 제도가 도입됐다. 이에 따라 현재 의사가 멀리 떨어져 있는 의사나 간호사 등 다른 의료인에게 판독, 처치방법 등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것은 가능하다.

2010년에는 원격진료의 핵심인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당시 야당(현 여당)과 의료계, 시민단체 등의 반대로 처리되지 못했다. 의료계는 원격의료를 도입하면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쏠리는 현상이 더 심화되고, 대면 없는 진료로 인한 오진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시민단체들은 원격의료가 영리병원의 전단계라며 반대한다.

강주성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는 “원격의료를 통해 얼마나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원격의료보다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수도권에 병원이 집중됨으로써 나타나는 의료불균형을 막고, 의료비를 절약할 수 있는 주치의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의료기술과 정보통신기술이 융합하면서 새로운 의료산업을 창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격의료를 차단하는 것은 ‘낡은 규제’라는 지적이 많다.

일본은 2015년 후생노동성 고시를 개정해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를 전면 허용했다. 올해 4월부터는 원격의료에 대해서도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원격의료를 하려면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먼저 6개월 동안 대면진료를 받아온 환자에 한해 원격진료를 할 수 있다. 또 환자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20∼30분 내로 대면진료가 가능해야 한다. 일본은 원격으로 약 배달 서비스를 하는 사업도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일본은 원격의료라는 말 대신 ‘온라인 서비스’라는 용어가 보편화되고 있다. 미국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원격의료를 전면 허용하고 있다.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정형선 교수는 “초기에 대면진료를 한 뒤 원격진료로 처방을 받을 수 있다면 환자의 편의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며 “원격의료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는 상황에서 길을 터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조건희 기자
#원격의료#문재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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