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에 부메랑 된 방송법… 국회 스톱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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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사장 선임 ‘특별다수제’
야당때 ‘방송장악 저지’ 발의… 여당된 뒤 처리불가로 선회
보수야권, 국회일정 보이콧

바른미래 “방송법 조속 처리” 국회 농성 바른미래당 박주선(왼쪽) 유승민 공동대표 등 의원들이 5일 국회에서 방송법 개정안의 4월 임시국회 통과를 촉구하며 농성을 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바른미래 “방송법 조속 처리” 국회 농성 바른미래당 박주선(왼쪽) 유승민 공동대표 등 의원들이 5일 국회에서 방송법 개정안의 4월 임시국회 통과를 촉구하며 농성을 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개헌 등 여러 현안이 쌓여 있는 4월 임시국회가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시절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에 발목이 잡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KBS 등 공영방송 사장을 정권 입맛에 맞게 임명하지 못하도록 견제 장치를 두는 것이 개정안의 핵심 내용인데, 정권 교체 뒤 민주당이 법안 처리 불가로 선회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는 것. 야당은 ‘여당의 내로남불’이라며 국회 일정 보이콧에 나섰다.

바른미래당은 5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방송법 개정안 처리 촉구 농성을 열고 “4월 임시국회에서 방송법 개정안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른미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농성 직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이 스스로 만든 법안을 거부하는 것은 적폐정권과 똑같이 방송 장악의 저의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농성장에는 민주당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 사진으로 만든 커다란 피켓이 등장했다. 지난해 2월 박 원내수석이 ‘언론장악 방지법 처리’ 팻말을 가지고 로텐더홀에서 농성을 하던 모습이다. 사회를 맡은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수석부대표는 “오늘 이 자리에 박 원내수석이 함께하고 계신다”며 비꼬았다. 자유한국당도 마찬가지로 민주당이 방송법 개정안 처리를 약속하기 전에는 4월 임시국회 일정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박 원내수석은 정권교체 전인 2016년 7월 방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당시 민주당 의원 전원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162명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공영방송 사장 선임에 이사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요구하는 ‘특별다수제’ 도입이 핵심. 이사회 구성도 13인 가운데 여당 추천 7인, 야당 추천 6인으로 조정했다. 야당 추천 이사의 동의 없이는 사장 임명이 불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하지만 집권 뒤인 지난해 8월 문재인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상황이 뒤바뀌었다. 문 대통령이 방송통신위원회 비공개 업무보고에서 “만약 이 법이 통과된다면 어느 쪽으로도 비토(거부)를 받지 않은 사람이 선임되지 않겠나. 소신 없는 사람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 뒤 민주당은 “정권 교체라는 상황 변화에 맞춰 가미할 안이 있다”며 추후 한국당, 정의당이 발의한 개정안과 비교해 다른 안을 내겠다고 말을 바꿨다.

당시 민주당이 고대영 전 KBS 사장과 김장겸 전 MBC 사장을 겨냥해 개정안에 넣은 부칙도 스스로 발목을 잡는 요소 중 하나다. 민주당은 개정안 부칙에 법 시행 3개월 이내에 이사회와 집행기관을 새로 구성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방송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정권교체 후 최근 선출된 KBS, MBC, EBS 사장을 다시 뽑아야 하는 것이다.

야당의 비판이 거세지자 박 원내수석은 “당시 법안은 차선이나 차악의 법안이었다”고 둘러댔다. 그는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시절 왜곡된 방송 환경을 긴급히 시정하려고 했던 법안이라 맹점이 있다”고도 했다. 민주당은 야당이 반대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동시에 처리하기 전에 방송법 처리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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