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7시간’ 가장 비극적 시나리오가 현실로…“대통령, 국가 재난에 관심 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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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3월 28일 17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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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014년 4월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해 상황보고를 듣고 있다. 동아일보DB
사진=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014년 4월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해 상황보고를 듣고 있다. 동아일보DB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 골든타임이 지난 뒤 첫 보고를 침실에서 받고,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보고 시각 등을 조작한 것으로 검찰이 파악했다. 미궁속에 빠져 있던 이른바 세월호 7시간의 실체가 드러난 것. 검찰의 수사 내용은 온갖 추측이 난무할 때 소설가 김진명이 우려했던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된 셈이다.

앞서 김진명은 지난 2016년 11월 TV조선 ‘강적들’에 출연해 “도대체 어떤 경우에 대통령이 그 어마어마한 재난의 순간에도 나타나지 못했을까”라며 4가지 가설을 제시했다.

김진명은 첫 번째로 “사람들 앞에 나타나지 못할 얼굴을 가졌을 경우”라고 꼽았다. 이어 두 번째로 “의식이 없었을 때다. (이 경우는)세월호보다 더 한 사건이 터져도 인지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세 번째로는 “무엇으로부터도 침범 받고 싶지 않은 OO에 들어가 있을 때”라 말했다. 방송에서 OO는 묵음 처리됐고 ‘종교의식’이란 자막으로 설명됐다.

김진명은 마지막으로 “가장 비극적인 시나리오”라고 강조하며 “대통령이 국가 재난에 관심이 없을 때”라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 당시 나도 무엇이든 하기 위해 해경에 연락해 선체 밑바닥을 뚫도록 건의했다. 하지만 해경은 결정 권한이 없다고 했다. 그건 대통령만이 해결할 수 있는 것”이라며 “가장 무서운 상황은 네 번째”라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의 수사 결과는 김진명이 최악으로 꼽은 네 번째로 드러났다.

‘세월호 사고 보고 시각 조작 및 대통령훈령 불법 수정 사건’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자용 부장검사)는 28일 박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관련 첫 발생 보고를 서면으로 받은 시각은 당일 오전 10시19분~10시20분께였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국회 청문회 등에서 첫 보고 시점이라고 주장했던 10시보다 20분가량 늦은 시각이다.

검찰은 당시 청와대 근무자와 각 부처 관계자 등 63명의 참고인을 조사한 결과 박 전 대통령이 참사 당일 정시에 본관 집무실로 출근하지 않고 관저에 머물러 있었으며, 관저에 서면 보고서가 도달된 때는 오전 10시 19분~20분께인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이 무렵에는 이미 세월호가 108도로 전도돼 구조 불가능 상태로 침몰 중인 상태여서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이 지난 때라고 판단했다.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과 박 전 대통령 간에 첫 전화 보고가 이뤄진 시각도 과거 청와대가 주장했던 오전 10시 15분이 아니라 10시 22분으로 드러났다. 김 전 실장은 박 전 대통령에게 두 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 않자 안봉근 전 대통령국정홍보비서관에게 전화를 건 것으로 조사됐다.

박 전 대통령은 안봉근 전 비서관이 오전 10시 20분께 여러 차례 부르는 소리를 듣고서야 이날 처음으로 침실 밖으로 나왔고, 국가안보실장이 급한 통화를 원합니다”라는 보고에 “그래요?”라고 짧게 답한 뒤 침실로 되돌아갔다.

이후 김 전 실장에게 전화해 “단 한명의 피해도 없게 하라”고 지시를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박 전 대통령은 전화로 짧게 지시한 이후에도 내내 침실에 머물다 오후 2시15분쯤 최순실씨, ‘문고리 3인방’과 함께 45분가량 회의를 했다. 이 자리에서 중대본 방문이 결정됐다. 청와대 참모진은 철저히 배재됐다.

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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