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열병식 여는 8일, 펜스 靑만찬… 대북 메시지 수위에 촉각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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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외교전]해외 정상급 26명 평창 참석

평창 겨울올림픽 기간에 방한하는 외국 정상급 인사는 총 26명이다. 많은 해외 정상급 인사가 동시에 한국을 찾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이다. 6일 에스토니아 케르스티 칼률라이드 대통령과의 회동을 시작으로 막이 오르는 ‘평창 외교전’은 한반도 문제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 평창외교 중심은 ‘북한’

2일 청와대가 발표한 정상 외교 일정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가장 많은 VIP를 만나는 날은 개막식 전날인 8일이다. 대북 문제의 키를 쥐고 있는 미국, 중국과의 회동도 이날 열린다. 8일은 북한이 대대적인 건군절 70주년 열병식을 열겠다고 예고한 날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을 접견하고 부부동반 만찬을 갖는다.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여로 형성된 대화 기조와 미국 백악관의 대북 강경 기류가 엇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날 회동은 향후 한반도 정책의 방향을 결정짓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 대해 “올림픽 납치(hijack)”라고까지 표현했던 펜스 부통령이 이날 열리는 북한의 열병식에 대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가 관건이다. 또 차기 주한 미국대사에 내정됐다가 낙마한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국석좌에 대한 이야기도 대화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청와대는 미국 대표단에 ‘친한(親韓)파’ 인사들이 포진됐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아버지가 6·25전쟁에 참전했던 펜스 부통령은 “한미 간 파트너십은 가족, 그리고 내게 상당한 자부심”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한국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대표단에 포함된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도 대표적인 친한파 의원이다.

펜스 부통령과의 회동에 앞서 문 대통령은 한정(韓正) 중국 상무위원과 만난다. 이 회동에서 북한의 핵 개발을 막고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 내기 위한 한중 공조 방안이 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개막식이 열리는 9일 문 대통령은 평창으로 자리를 옮겨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는다. 아베 총리는 회담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와 함께 대북제재와 압박을 지속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폐막식 참석 가능성에 대해 청와대는 “현재로서는 참석 여부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펜스 부통령과 함께 방한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족이 누구인지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 ‘와인 대신 콜라’ 등 VIP 맞춤형 메뉴 제공

해외 정상이 대거 한국을 찾는 만큼 의전도 관심사다. 정부는 평창 올림픽 정상급 의전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등 손님맞이에 분주한 모습이다.

당장 해외 정상들과 수행원들을 평창 올림픽 플라자까지 안내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이를 위해 정부는 개막식 당일 정상급 외빈을 위해 서울∼진부 간 왕복 무정차 특별열차를 운행한다. 정상 의전용 열차를 따로 운행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또 VIP들은 현대자동차의 대형 세단인 에쿠스 4륜 구동 모델을 탄다. 정부는 눈이 오는 상황에 대비해 눈길에도 쉽게 미끄러지지 않는 4륜 구동을 택했다.

청와대와 외교부는 각국 VIP들의 기호를 고려한 음식 준비에도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일부 유럽 정상은 꺼리는 음식이 있어 정부는 맞춤형 메뉴 정리 작업을 진행 중이다. 펜스 부통령은 와인 대신 콜라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방한한 트럼프 대통령 역시 만찬장에서 와인이 아닌 콜라를 잔에 담아 건배했다. 대통령은 물론 2인자인 부통령까지 모두 술을 꺼리는 ‘비주류(非酒流)’인 셈이다.

정부는 외국 정상들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으면서도 한국 전통의 맛을 가미한 퓨전 한식 메뉴를 고민 중이다. 특히 올림픽이 열리는 강원도의 특산물을 활용한 메뉴를 선보일 계획이다.

개막식 방한(防寒) 대책을 놓고도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개막식이 열리는 올림픽 플라자가 지붕이 없는 탓에 문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의 VIP들이 고스란히 추위에 노출되기 때문. 청와대 관계자는 “외국 정상들은 VIP 박스 뒤편에 마련된 라운지에서 몸을 녹일 수 있도록 조치했지만 개최국 정상인 문 대통령은 개막식 전부터 4시간 이상 자리를 지켜야 한다”고 전했다. 청와대 내에선 양복 코트 위에 ‘평창 롱패딩’을 입는 것은 물론 문 대통령의 별명인 ‘이니’를 따 “‘이니 비니’라도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신진우 기자
#평창올림픽#외교#열병식#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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