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7530원… 업주 체감엔 “사실상 1만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주휴수당-4대보험 함께 올라… 지갑서 나가는 돈 1만원 육박”
최저임금 산정기준 개편 요구

대전에서 측량사무소를 운영하는 A 씨(44)는 ‘1인 사업자’다. 2014년 사업을 시작할 때는 직원 2명을 뒀다. 그러나 2015년부터 최저임금이 연평균 7% 이상 가파르게 오르면서 인건비 부담이 커지자 직원들을 내보내고 고성능 측량기계를 구입했다. 올해는 최저임금(시급 7530원)이 지난해보다 16.4%나 오른 탓에 직원 고용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A 씨가 특히 부담을 느낀 것은 주휴수당(근로자가 일주일 개근할 때마다 지급해야 하는 유급휴일수당)과 ‘간접노무비’(4대 보험료 등 임금 외의 인건비)였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주휴수당과 4대 보험료도 같이 오른다. A 씨는 “주휴수당과 4대 보험료를 감안하면 이미 최저임금 1만 원 시대가 열린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A 씨의 주장은 과연 사실일까. 올해 최저임금으로 하루 8시간 근무할 때 일급은 6만240원이다. 주급(40시간)으로 환산하면 30만1200원이다. 한 달은 평균 4.345주(365일을 일주일로 나눈 뒤 다시 12개월로 나눈 값)이기 때문에 주급에 4.345를 곱하면 월급이 된다. 이렇게 계산한 월급은 130만8714원이다.

그런데 정부는 올해 최저임금 월급을 157만3770원으로 고시했다. 근로시간으로 계산한 월급보다 26만5056원 더 많다. 이 차액이 바로 주휴수당이다. 근로기준법은 주당 15시간 이상 일하는 모든 근로자가 일주일(월∼금요일)을 개근할 때마다 유급휴일수당(주휴수당) 하루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주당 5일을 일하면 6일 치를 줘야 한다는 뜻이다.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으면 임금체불 혐의로 처벌을 받는다.

정부는 근로자와 사업주들이 주휴수당을 포함해 월급을 계산할 수 있도록 월 근로시간을 209시간으로 안내하고 있다. 매일 8시간씩 주 5일, 한 달(4.345주)간 근무하면 174시간이지만 이보다 35시간이 많다. 이만큼을 더 줘야 주휴수당을 누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고시한 최저임금 시급 7530원에 209시간을 곱한 금액이 바로 ‘157만3770원’이다.

바로 이 대목에서 ‘체감 최저임금’의 격차가 나타난다. 영세 사업주 입장에선 월급 157만3770원을 실제 근로한 174시간으로 나눈 9044원이 ‘실질 최저임금’이기 때문이다. 또 기본급에 포함되지 않는 각종 수당과 숙식비, 교통비, 상여금은 물론이고 근로자 1인당 한 달 평균 14만 원 정도 들어가는 4대 보험료까지 감안하면 최저 시급은 이미 올해 사실상 1만 원에 육박한다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경영계는 현재 기본급만 반영하는 최저임금의 산입범위(산정기준)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최저임금위원회도 현재 정기상여금과 각종 수당을 산입범위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계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개편 여부는 불투명하다. 경영계의 한 관계자는 “최저임금을 무턱대고 올리는 것보다 기형적인 산입범위부터 합리적으로 개편하는 게 순리”라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최저임금#업주#4대보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