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에 최대 40% 관세폭탄 우려… 車이어 가전도 ‘트럼프 장벽’ 그림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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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압기 반덤핑 관세도 연장 검토… 산업계 미국發 악재 연타에 곤혹

황금연휴 기간 국내 산업계에는 미국으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연이어 날아들었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과 갈수록 높아지는 글로벌 보호무역 장벽으로 힘겨워하던 국내 기업들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현대자동차에 따르면 이 회사의 전 세계 수출량 중 대미 수출 비중은 2014년 29.5%에서 올해(1∼8월) 35.7%까지 높아졌다. 국내에서 만들어 해외에 파는 자동차 3대 중 1대 이상이 미국으로 간 셈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으로 자동차에 대한 대미 수출 관세가 높아질 경우 국내 자동차업체들의 경쟁력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해외 자동차업체의 국내 공장도 타격을 받는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2014년 9월부터 닛산의 대미 수출용 로그를 생산하고 있다. 2015년 11만 대, 지난해 13만 대를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했고, 올해도 9월까지 9만 대를 만들었다. 일본보다 미국과 FTA를 체결한 한국에서 생산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FTA의 장점이 사라질 경우 르노닛산 본사가 나라별 생산량 재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닛산 로그 생산으로 인한 1, 2차 협력업체 매출효과만 연간 1조 원이다. 생산량이 줄면 이들도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한국 세탁기에 대해 예고한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 조치) 발동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미국 제조업 부활’ 정책 일환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당장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미국 내 대형 세탁기 시장 점유율은 월풀이 38%, 삼성과 LG가 각각 16%, 13%다. 삼성과 LG가 지난해 미국 시장에 수출한 대형 가정용 세탁기 규모는 10억 달러(약 1조1400억 원) 정도다. 세이프가드가 발동되면 두 회사가 태국, 베트남 등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세탁기는 현재 1%대인 관세가 최대 40%까지 높아질 수 있다. 한국산은 한미 FTA 조항으로 세이프가드 조치가 면제돼 ‘무관세’가 유지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11월 ITC가 발표하는 관세 등 수입제한 수준을 지켜봐야겠지만 동남아 생산 물량 전체를 미국과 한국 공장으로 돌려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인건비가 올라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

업계에서는 또 완제품이 아닌 부품별로 관세를 적용하는 것을 최악의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부품별로 관세가 적용되면 한국, 베트남, 태국 등에서 수입한 부품을 조립하는 미국 공장도 관세를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벌써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ITC는 6일(현지 시간) 2012년 한국산 전력 변압기에 매긴 반덤핑 관세를 5년 기한이 지나서도 연장할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효성, 일진 등 국내 기업의 미국 변압기 수출액은 연간 2억 달러(약 2280억 원) 규모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세탁기#국내 산업계#관세#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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