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청회 등 곳곳 ‘지뢰밭’… 사드 배치, 내년말까지 미뤄질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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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환경영향평가 원점서 재실시”

정부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부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환경평가)의 원점 재실시를 결정하면서 사드 포대의 연내 배치가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일반환경평가는 1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아 내년 말에나 최종 배치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방부 관계자는 “올해 안에 사드 배치가 완료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이전 정부가 소홀히 한 ‘절차적 정당성’을 지켜가는 과정으로 봐 달라”고 말했다.

군은 기존 사드 기지(32만8779m²)의 소규모 환경평가 결과가 유효하고, 주민 공청회 등 관련 절차를 서두르면 환경평가를 상당 기간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르면 내년 초나 상반기에도 사드 포대 배치가 가능하다는 여지를 남긴 것이다.

하지만 지나친 낙관이라는 지적이 많다. 최근 성주 기지 주변의 사드 레이더 전자파 측정도 반대 단체의 반발로 무산된 마당에 상황을 너무 안이하게 본다는 것이다. 군 당국자는 “주민과 반대 단체가 공청회를 거부하거나 트집을 잡으면 환경평가 일정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소규모 환경평가는 6개 분야 16개 세부항목으로 이뤄졌지만 일반환경평가는 6개 분야 21개 세부항목으로 구성됐다. 특히 일반환경평가는 ‘평가협의회 심의→평가서 초안 작성 및 협의(30일 이상)→주민 등 의견 수렴(최대 60일)→평가서 본안 작성 및 협의(최대 60일)’ 등 4단계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소규모 환경평가보다 절차가 훨씬 복잡하고 까다로워 시일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또 초안 작성 뒤 공청회를 거쳐 최종 본안을 만들도록 돼 있어 주민 반대가 심한 사드 환경평가는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많다. 이 때문에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날로 고조되는데 사드 배치가 ‘절차적 정당성’에 발목이 잡혀 안보 공백을 초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날 군 당국은 기존의 사드 배치 과정에서 투명성이 부족했고, 민주적 절차도 지키지 못했다고 밝혔다. 대선(大選) 이전 박근혜 정부에선 사드의 반입과 배치의 모든 과정이 법적 절차와 규정을 준수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인 것이다. 군이 중요한 안보 현안에 대해 정권의 ‘코드’에 맞춰 ‘말 바꾸기’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또 군은 당초 성주 기지에 대한 소규모 환경평가를 실시하고, 미군에 추가로 부지를 공여한 뒤 일반환경평가를 실시할 계획이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런 내용을 함구한 채 소규모 환경평가만 앞세워 사드 배치를 추진하면서 국민적 불신과 혼란을 초래한 데 대해 관련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 당국자는 “환경평가가 ‘부적합’으로 결론나면 성주 기지의 사드를 철회하냐”는 질의에 대해 “한미동맹의 (사드 배치) 결정에 추호의 변함이 없다”면서 “다만 절차적 정당성을 거치는 과정이고, 그 결과를 최종적으로 존중한다는 의미”라고 답했다.

미국의 반응도 주목된다. 한국 정부의 결정으로 나머지 사드 발사대 4기는 배치되지 않은 상태로 장기 보관이 불가피하게 됐다. 첨단 장비의 성능 유지 관리에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적지 않다. 군 소식통은 “미 측이 환경평가가 끝날 때까지 장비 일부를 본국이나 다른 지역에 배치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취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이미지 기자
#사드#문재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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