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석춘 “탄핵은 과한 정치적 보복” 한국당 시계, 작년 12월로 돌리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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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실정법 위반했는지 잘 몰라… 박근혜 출당, 시체에 칼질하는 것… 탄핵 못막은 책임물어 친박 청산”
“극우로 가나” 당내서도 우려 커져

자유한국당 류석춘 혁신위원장(사진)이 1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두고 “실제 저지른 잘못보다 너무 과한 정치적 보복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한국당 혁신을 주도할 류 위원장의 ‘정치적 탄핵론’에 당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선 한국당의 시계가 지난해 12월 국회 탄핵소추안 표결을 두고 극심한 계파 갈등을 겪던 때로 되돌아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류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실패했다는 데 동의한다”면서도 “어떤 실정법을 위반했는지 잘 모르겠다. 대통령이 태반주사를 맞은 게 법적으로 문제될 건 없지 않느냐”고 했다. 이어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를 “국정 농단이 아니라 국정 실패”라며 “국정 농단은 언론 환경이 (진보 진영에 유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임을 반영하는 단어”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을) 뇌물죄로 엮으려는데 구체적인 게 없어서 검찰이 고생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한국당 혁신에 대해선 “새누리당(현 한국당)은 정치적 혼란의 한복판에서 어떤 투쟁을 해야 할지 깨달아야 했는데 휩쓸려 다녔다”며 “탄핵 때 당의 모습은 지리멸렬했고, 그것을 바로잡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 출당’ 여부를 묻는 질문에 “감옥에 계신 박 전 대통령을 출당 조치하는 것은 시체에 칼질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류 위원장은 친박(친박근혜) 청산과 관련해 국정 농단을 방조한 책임이 아니라 탄핵을 막지 못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그는 탄핵 정국 당시 ‘단물 빨던 친박은 어디로 갔나’란 칼럼에서 서청원 최경환 윤상현 의원을 지목한 바 있다. 이날도 “그분들이 문제를 갖고 있다는 것은 제가 가진 소신”이라고 했다.

류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 당시 학계의 대표적 친박 인사로 꼽혔다.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이 새누리당 대표 시절인 2014년 12월 고 박세일 전 의원을 여의도연구원장에 임명하려 하자 청와대는 류 위원장을 밀었다. 김 의원이 이에 반대하면서 여의도연구원장직은 7개월간 공석이었다. 매주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한 태극기 집회에 참석했다는 류 위원장은 현재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부이사장을 맡고 있다.

류 위원장의 시각에 당내에서는 우려가 터져 나왔다. 영남권의 한 재선 의원은 “20% 안팎의 탄핵 반대층에 기댄 정당으로 굳어 버릴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바른정당 복당파인 장제원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당이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극우화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에 홍준표 대표는 “극우란 개념을 한 번 찾아보고 비판하라”는 댓글을 달았다.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는 “홍준표식 혁신의 방향이 태극기라는 것이 드러났다”며 “그게 혁신이라면 국민을 바보로 아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수영 gaea@donga.com·박훈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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