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건설 중인 신고리 原電 중단해선 안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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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원전 5, 6호기 건설 중단을 둘러싸고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가 각각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진표 국정기획위 위원장은 어제 산업부 한국수력원자력 원자력안전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고리는 일단 공사를 중단하고 점검을 해서 어떻게 할지 봐야 한다”며 공약 이행 의지를 밝혔지만 산업부는 “공사를 진행하면서 점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광온 국정기획위 대변인도 “당장 공사를 중단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김 위원장과 상반된 메시지를 내놓았다. 이런 혼선과 엇박자는 공정이 28%나 진행된 원전 건설을 즉각 중단하겠다는 무리한 공약을 내놓을 때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원전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며 신고리 5, 6호기의 건설 즉각 중단, 신규 원전 전면 중단 및 건설계획 백지화, 2030년까지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비중 20%까지 확대 등을 공약했다.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98%를 넘는 현실에서 원전제로를 주장하는 것부터가 문제였다. 이제라도 현실을 깨닫고 공약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는다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신고리 5, 6호기 건설에 들어간 비용이 이미 1조5000억 원이 넘고 건설 중단에 따른 계약 파기로 2조 원 이상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착공 예정인 신한울 3, 4호기와 천지 1, 2호기 건설 준비에 쓴 비용만 해도 수천억 원대에 이르는 걸 감안하면 신규원전 중단으로 날리는 돈이 4조 원에 이른다. 이 비용을 매몰시키고 원전을 중단할 만큼 우리나라 에너지 사정이 한가하고 원자력 안전성이 위협받는지 모르겠다. 더욱이 신고리 5, 6호기는 아랍에미리트에 수출한 모델이다. 외국에 수출까지 한 모델을 자국 정부가 중단시키는 건 세계적 망신이고 향후 수출 길까지 스스로 닫아버리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가 미미한 상태에서 원전을 규제하면 화력발전을 늘려야 하고 화력발전을 늘리면 미세먼지가 늘어난다. 미세먼지를 줄이려면 석탄 대신 가스 발전을 해야 하고 그러자면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에 따른 무역적자가 확 늘어난다. 이는 결국 전기요금 인상이란 형태로 국민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연간 1만여 건의 지진이 발생하는 일본도 ‘후쿠시마 트라우마’에도 불구하고 2035년까지 원전 비중을 20%까지 늘리기로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원전에 의존하지 않고는 도저히 에너지 수급을 맞출 수가 없기 때문이다. 에너지 전공 대학교수 230여 명이 1일 “국가 에너지 정책은 충분한 전문가 논의와 국민 의견 수렴을 거쳐서 진행돼야 한다”며 급격한 탈원전 정책에 우려를 표명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에너지 정책은 정부가 장기적 목표를 갖고 사회적 합의를 거쳐 결정하고 정권과 상관없이 추진해야지, 포퓰리즘으로 흘러선 안 된다.
#신고리 원전 5·6호기#신고리 건설 중단#문재인#신재생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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