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이동영]부작용의 부작용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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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영 정책사회부 차장
이동영 정책사회부 차장
장기 이식은 생명을 살린다. 하지만 자연의 섭리는 내 몸에 들어온 외부 물질을 없애야 한다며 강력한 면역체계를 발동시킨다. 그냥 두면 이식한 장기는 괴사하고 목숨을 잃겠지만 면역억제제 덕분에 이런 문제가 해결된다.

한 기업인은 아내로부터 신장을 이식받고 면역억제제를 맞았다. 심각한 면역억제제 부작용에 시달렸다고 한다. 뼈가 약해져 거동조차 할 수 없었고 체중이 급격하게 줄었다. 그렇다고 소중한 생명을 되찾아준 면역억제제를 끊을 순 없는 노릇이었을 테고 결국 어느 정도 건강을 되찾아 최근 현업에 복귀했다.

항암치료도 마찬가지다. 생명을 살리기 위해 꼭 필요한 치료지만 머리칼이 빠지는 부작용이 생긴다. 그래도 생명을 위해선 감수해야 할 부작용이다. 우울증 치료제나 심장질환 치료제처럼 사람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는 약에는 부작용이 있다. 그렇다고 복용을 금지시키지 않는다. 부작용보다 긍정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부작용은 정책이나 세상살이에도 존재한다. 4대강 사업 하면서 보 16개를 만들었으니 물 흐름이 더디게 됐고 그 탓에 녹조가 낄 가능성이 크다는 건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마찬가지로 ‘물그릇’이 생기면서 홍수조절 능력이 커졌고 가뭄에 대비한 수량 확보가 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 덕분에 홍수와 가뭄을 막고 그에 따른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핵심 목표는 달성됐지만 녹조라는 부작용은 피하지 못했다.

녹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문 개방에서 나아가 아예 보를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중이다. 녹조 발생의 여러 원인이 있고 4대강 사업의 장점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모두 제쳐놓고 오로지 보가 문제라는 비판이 난무한다.

한국의 고질병을 보는 듯하다. 목표한 효과는 애써 외면하고 자신의 눈에 차지 않는 부작용이 핵심이라 주장하며 반대하는 그 고질병 말이다. 핵심 목표가 달성되니 단양쑥부쟁이나 도롱뇽, 녹조 문제는 나 몰라라 해도 된다는 말이 아니다. 핵심 가치가 현실화하면서 부작용이 생겼다면 그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을 찾으면 된다. 물론 부작용의 영향이 핵심 가치보다 크다면 ‘약 복용’을 중단해야 하는 건 당연한 조치다.

우리 삶에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주는 보는 따로 있다. 북한은 임진강 상류에 3억5000만 t 규모의 황강댐과 4월5일댐으로 불리는 보 4개를 만들어 개성 지역에까지 물을 공급한다. 하류인 남한에선 북한이 예고 없이 물을 방류해 평화롭게 야영하던 국민 6명이 숨지는 피해를 입기도 했고 물 부족에 시달리는 중이다. 철거하라고 최우선으로 지목해야 할 존재는 이기적으로 남의 생명을 빼앗는 북한의 이런 시설인데 누구도 철거를 주장하지 않는다. 낡은 경유차 운행을 강력하게 제한하면 환경개선이란 핵심 가치가 빠르게 달성되지만 서민생계가 위협받는다는 점 때문에 완급을 조절한다. 자유무역협정으로 공산품 수출은 늘지만 농민이 피해를 입는다. 더 나아가서는 쓸데없다고 욕하면서도 우리는 때 되면 국회의원을 뽑는다.

긍정의 효과만 주는 완벽한 정책은 없다. 그러니 수반되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조기 폐차할 때 지원금을 주고 농민 지원금 정책도 확대시키고, 국회의원 감시 장치도 조금씩 더 강화하는 게 정상적인 국가운영 시스템이다.

진짜 문제는 부작용을 부작용으로 보질 않고 각자 보고 싶은 대로 판단할 때 극대화된다. 부작용이라면 그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대책을 마련해주는 게 상책이다. 허나 이걸 부작용이 아니라 핵심 가치라고 주장하고 얼치기 전문가가 힘을 보태 신문에라도 나면 금방 정의로운 진실이 되는 게 이 나라에서 쉽게 벌어지는 현실이다. 이런 유의 주장에 밀려 ‘머리가 빠지니 항암제를 끊고 면역억제제를 먹지 말라’고 하면 그 환자가 어떻게 될지 뻔하지 않나.
 
이동영 정책사회부 차장 argus@donga.com
#4대강 사업#녹조 문제#4대강 사업 부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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