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절차적 정당성-여론수렴 강조… 美는 ‘우려의 시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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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보고 누락 조사 후폭풍]靑 “진상조사, 즉흥적 카드 아니다”
시간 벌어 외교적 해법 모색… 美 “신속 배치” 中 “배치 철회” 압박
외교문제로 비화될 조짐 보이자 정의용 “한미동맹 영향없어” 진화
美서 맥매스터 만나 정상회담 조율

《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4대 반입 보고 누락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진상조사 지시를 놓고 국내 국제적으로 복잡한 전선(戰線)이 형성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각각 다른 이유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청와대가 박근혜 정부 외교안보 라인의 핵심을 겨냥한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사드 문제에 대한 문 대통령의 본심(本心)은 무엇인지, 궁극적으로 어떤 해법을 찾으려는 것인지 짚어본다. 》
 

美의 ICBM 요격 순간 미국 국방부가 5월 30일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가상 요격 실험에 성공한 지 하루 만에 영상을 공개했다.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지상발사요격미사일(GBI)이 발사됐다. 이후 외기권을 비행 중인 ICBM을 향해서 GBI에서 분리된 요격체 ‘킬 비이클’이 섬광을 내며 폭발했다. 이어 폭발에 따른 파편체가 ICBM을 맞혀 격추시켰다(왼쪽 사진부터). 유튜브 화면 캡처
청와대는 1일 문재인 대통령과 전날 만난 딕 더빈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의 언론 인터뷰 내용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더빈 총무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한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원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사드 배치 및 운용 비용인) 9억2300만 달러(약 1조3000억 원)를 다른 곳에 쓸 수 있다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말했다”고 말했다.

이에 청와대는 “그런 발언은 없었다”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사드 발사대 반입 보고 누락 진상 조사 지시 이후 우려됐던 외교적 후폭풍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국내외 여론 달래기 위한 시간 벌기?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조사 지시가 단순한 ‘즉흥적 카드’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방부의 보고 여부를 넘어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사드 문제의 해법을 찾아가는 시발점이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는 사드 문제는 다음 정부에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줄곧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사드 배치 철회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지만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들은 “사드를 되돌려 보내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기존의 결정을 바꾸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미국이 이해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뜻과 완전히 반대되는 결정을 하지는 않겠지만, 즉각적인 배치 역시 서두르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는 사드를 배치하더라도 적법한 과정과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사드 배치에 대해 “지난 정부의 결정에서 환경영향평가와 국회 논의라는 두 과정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절차적 정당성을 밟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시간을 벌려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에게 사드 진행 과정을 설명하는 동시에 중국을 향한 제스처의 성격도 있다”고 말했다. 사드의 완전한 철회를 요구하는 중국에 한국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중국을 달래려고 한다는 취지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일단 시간을 벌어놓고 북핵 문제 해결을 논의하다 보면 국면이 바뀌어 사드 배치에 대한 여론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 미중의 외교적 압박 거세질 수도

보고 누락 논란이 커지면서 미국은 ‘신속한 배치’, 중국은 ‘배치 철회’라는 상반된 태도로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각자의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한 사드 논란이 길어질수록 한국에 가해지는 외교적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특히 이달 말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견이 표출될 경우 한미동맹에 균열이 생기면서 ‘북핵 해결을 통한 사드 해법 마련’이라는 문 대통령의 구상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진상 조사 지시가 외교 문제로 비화될 조짐이 나타나자 청와대는 진화에 나섰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이날 “외교부 경로를 통해 한미동맹 관계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충분히 설명했다”는 점을 공개한 것도 국내외에 ‘한미동맹에 대해선 걱정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정 안보실장은 김관진 전 안보실장과 사드 조기 배치를 협의한 당사자인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을 만나 한미 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한다.

전날 청와대에서 사드 보고 누락 경위를 조사받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제16차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 참석차 2일 출국한다. 한 장관은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 등과 회담을 갖고 양국이 합의한 사드 배치 결정이 번복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우경임 기자 /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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