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임기말에 “단임대통령 괜히 약속했다” 후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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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외교문서 공개

1980년대 전두환 정부가 미수교 상태였던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모란 구상’이라는 비밀 프로젝트를 추진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외교부가 11일 공개한 1980년대 외교문서에 따르면 중국은 당시 북한과 소련 관계가 부쩍 긴밀해지는 것을 우려하며 한반도 문제에 영향력을 높이려고 했다. 이에 중국 측은 1985년 11월 중국을 방문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에게 ‘미국이 대북관계에 새로운 정책을 추진할 경우 중국도 대(對)한국 관련 문제를 더 검토할 용의가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리처드 워커 당시 주한 미국대사가 키신저 방중 결과를 1986년 1월 한국에 전달했고, 한국은 같은 해 3월 20일 ‘모란’이라는 이름의 구상을 미국 측에 전달하며 견해를 타진했다. 이상옥 당시 외무차관과 데이비드 램버트슨 주한 미국대사관 공사는 북한 학자의 미국 입국 등 ‘작은 조치’부터 생각해보자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돼 있다.

또 ‘군산항’이라는 문서에서는 한국 정부가 홍콩 주재 한국 총영사관과 중국 관영언론인 신화통신 홍콩지사를 중국 정부와의 비공식 소통 채널로 삼아 긴밀히 교류한 흔적도 드러났다. 다만 ‘모란’의 구체적인 내용과 향후 한중 관계 진전에 도움이 됐는지는 외교문서에 나타나 있지 않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단임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언한 것을 후회하는 발언을 했다는 것도 외교문서를 통해 드러났다. 전 전 대통령은 1986년 5월 8일 방한한 조지 슐츠 당시 미국 국무장관과의 면담에서 “지금 와서 생각하면 나는 정치인으로서 경험이 없어 실수한 것이 하나 있다. 현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단임 약속을 하지 않았어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언을 안 했더라면 지금쯤 야당은 나에게 헌법을 준수하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리 단임 약속을 하지 않았다면 국민이 직선제 개헌이 아니라 헌법(7년 단임 간선제) 준수를 요구하는 선에서 그쳤을 것이라는 의미로 보인다.

전 전 대통령은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1986년 10월 15일 미국과 소련의 포괄군축협상 결과 설명차 방한한 에드워드 라우니 미국 대통령특사에게 “미국이 전략적방위구상(SDI)을 개발하면 미소협상이 잘되고, 우리 한국에도 핵무기 3개만 있으면 북한이 남북대화에 응해오는 원리는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북한이 아웅산 테러범들에게 사형선고를 내린 미얀마 판사의 딸 피살사건에 연루됐다는 정황도 나타났다. 1986년 12월 이상옥 당시 주제네바 대사는 주제네바 미얀마 대사와 만난 뒤 작성한 2급 비밀문서에서 “아웅산 테러사건 재판에 관여했던 판사의 딸이 약 1년 반 전 일본 유학 중 변사한 사건이 있었다”며 “현장에서 북한제 담배꽁초가 발견됐으며 자살할 만한 특별한 동기도 없어 사인 규명에 노력했으나 진상을 밝히지 못한 일이 있었다”고 보고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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