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박완규]철저한 공약 검증-선별은 대선후보 자문단의 의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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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규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박완규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대통령 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현재 모 후보 캠프에는 천 명이 넘는 교수가 참여하고 있고, 다른 캠프 역시 문전성시라고 한다. ‘폴리페서’라는 말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최근에는 ‘두더지페서’라는 말까지 나와 교수의 한 사람으로서 창피한 생각마저 든다. 본인이 사심 없이 후보를 돕고 싶다면 굳이 이름을 감추고 숨을 필요는 없다. 제자들 보기에도 떳떳하지 않다.

선거 때만 되면 무수한 공약이 쏟아져 나오고, 투표 날이 다가오면 모든 후보가 경쟁적으로 공약을 남발하다 보니 후보별로 겹치는 공약도 많아 정체성이 모호해진다. 공약은 정치인이 선거에서 당선되면 실행하기로 한 공적 약속이기 때문에 누구도 이를 무시할 수 없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과 제대로 된 효과이다. 설령 그럴싸한 공약으로 당선된다 하더라도 이를 실행할 예산이 없거나 여건이 안 되면 결국 빚을 내 무리해서 시행하든지, 아니면 약속을 깨야 할 것이다. 이로 인해 후세에까지 빚 부담을 안기든가, 약속을 믿었던 주민들로부터 큰 저항에 직면하게 된다. 모두 국민이 원하지 않는 결과다.

2012년 총선 직전에 기획재정부는 선거법 위반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이 제시한 복지공약 소요 재원을 추계해 추가로 268조 원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금액은 그해 예산의 80%가 넘는 규모로 만일 공약을 모두 달성하고자 했다면 국방이고, 교육이고 꼭 필요한 데 쓸 수 있는 돈은 거의 없다는 얘기다.

사전에 이러한 정보를 국민에게 전달해 정치인들이 제시하는 공약들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인식하게 되고,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도 함부로 공약을 남발하지 않게 되는 선순환의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어서 당시 국민으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았다. 이를 계기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공약 소요 예산과 재원 조달 방안을 검증하는 ‘선거공약 사전검증제’를 도입하겠다고 했지만 국회에서는 이를 위한 선거법 개정이 아직까지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장밋빛 공약을 나열하는 데는 그 많은 정책자문단이 필요치 않다. 그들이 우리나라의 대표적 전문가들이라면 어떤 공약이 실현될 수 있고, 또 그 효과가 제대로 나타날 수 있는지를 철저히 검토해 선별하는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관련 제도도 없고 시간도 부족한 상황에서 이들 이외엔 이 일을 수행할 사람이 없다. 전문적 지식을 바로 이런 역할에 집약하는 것이 그들이 해야 할 일이다.

이제 앞으로 한 달 후면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된다. 대다수 국민은 거창한 이념이나 정강정책보다 마음 편히 하루하루를 살 수 있게, 그리고 전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여유로운 삶을 누릴 수 있게 환경과 여건을 만들어 줄 수 있는 대통령이면 더 바랄 나위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국민의 작은 소망을 이룰 수 있게 하기 위해 수많은 자문단 각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박완규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대통령 선거#대선후보 자문단#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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