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매장에 상품공급 거부… 포털서 한국음악 차트 사라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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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한국 흔들기’]中 무차별 ‘사드 보복’

“롯데 제재하라” 시위… 파손된 현대차 중국 산둥 성 칭다오의 한국총영사관 앞에서 현지인들이 ‘롯데 
제재’ 등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이 1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올라왔다(위쪽 사진). 2일엔 장쑤 성의 한
 도시에 주차된 소형 현대 승용차가 파손된 사진도 보였다. 사진 출처 웨이보
“롯데 제재하라” 시위… 파손된 현대차 중국 산둥 성 칭다오의 한국총영사관 앞에서 현지인들이 ‘롯데 제재’ 등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이 1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올라왔다(위쪽 사진). 2일엔 장쑤 성의 한 도시에 주차된 소형 현대 승용차가 파손된 사진도 보였다. 사진 출처 웨이보
롯데가 경북 성주골프장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용지로 제공한 이후 중국 당국의 보복 조치가 심화 확산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직접 나서 현지 여행업체에 한국 단체관광을 중단하라고 지시하면서 여행업계는 관광객 급감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 현지에서는 롯데 제품 불매 운동이 시작된 데 이어 동영상 사이트에서 한류 프로그램의 업데이트가 중단되고, 유명 뮤직 사이트에서 한국 음악 차트만 삭제되는 등 한한류(限韓流)로 확대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주차된 현대자동차의 유리창과 차체를 벽돌로 내리치는 등의 폭력 행위도 발생했다.

○ 관광업계 “중국 단체관광 절반 이상 줄어”

관광업계는 중국 국가여유국이 “한국행 관광상품 판매를 중단하라”고 보복 조치를 노골화한 것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한국 관광 상품을 노골적으로 없애는 대신, 여행객 예약을 일단 받아둔 뒤 ‘충분히 인원이 차지 않아 출발할 수 없다’고 일정을 취소하는 식으로 막으라고 방법까지 알려준 것으로 확인됐다.

관광업계에서는 최근 중국 단체 관광객이 전년 같은 시기 대비 50% 이상 줄어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정부가 저가 단체관광을 제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뒤부터다. 여행사 관계자는 “중국 한국 일본을 순서대로 돌던 크루즈 여행의 경우 지난해부터 중간 기항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식의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관광업계에 따르면 중국 당국에서 크루즈 관광 업체에 ‘한국에 입항하면 롯데면세점을 가지 말라’고 특정 업체를 거론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중국 현지에서 한국행 항공권 예매 등이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개별 관광객 수요 확대에 희망을 걸었던 관광업계에서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개인의 항공권 예매마저 어렵다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최대 위기가 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롯데 사탕 통관 금지와 주파수 단속까지

중국 현지에서는 롯데를 괴롭히기 위해 ‘사소한 문제’까지 걸고넘어지는 양상이 노골화되고 있다. 중국 당국은 1일 자국 내 롯데 유통 시설들을 상대로 일제 점검을 벌였다. 베이징(北京)을 포함해 중국 전역에서 위생 안전 점검 6건, 소방 점검 4건, 시설 점검 7건 등이 실시됐다.

산둥(山東) 성 칭다오(靑島) 검험검역국은 최근 한국에서 수입된 롯데의 요구르트맛 사탕에서 금지된 첨가제가 나왔다는 이유로 소각 조치했다. 모두 600kg으로 300박스 분량이다. 칭다오 검역국 측은 “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검역 절차가 부쩍 강화됐다. 모두 규정대로 하면 제대로 통관될 상품이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 당국은 또 안후이(安徽) 성의 한 롯데마트가 매장 내에서 사용해 온 무전기 주파수를 문제 삼았다. 우후(蕪湖) 시 무선관리처는 롯데마트 중양청(中央城)점이 불법 무선신호를 이용하는 무전기 30대를 사용했다며 2만 위안(약 360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 반롯데 항의 전국으로 확산

중국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는 장쑤(江蘇) 성 옌청(鹽城)의 한 롯데마트 매장에 식품을 공급해 온 ‘웨이룽(衛龍)상품’이라는 업체가 롯데매장에 대한 상품 공급을 거절한 사진이 올라왔다.

산둥(山東) 성 칭다오(靑島)의 한국총영사관 앞에서 ‘롯데를 제재하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거나 지린(吉林) 성 장난(江南) 지역 롯데마트 앞에서 ‘중국에 선전 포고한 롯데는 물러가라’는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벌이는 등 롯데를 공격하는 사진도 다수 웨이보를 통해 공개됐다. 베이징(北京)의 한 식당은 ‘한국 손님 받지 않는다’는 안내 문구도 내걸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일 정례 브리핑에서 “외국 기업은 중국에서 법과 규정을 지켜야 하며, 중국에서의 성공은 시장과 소비자에 달려 있다”고 대답했다. 여론을 명분으로 사드 반대 분위기를 방치하려는 것이다.

○ 현대차 훼손 등 다른 분야로 확산


2일 웨이보에는 장쑤 성의 한 도시에 주차된 빨간색 현대 소형 승용차 한 대가 파손된 사진 2장이 올라왔다. 벽돌로 내리쳐 뒷유리창이 깨져 있었고 차체 옆쪽이 찌그러져 있어 고의로 파손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관영 환추(環球)시보가 사설에서 ‘롯데 외에 현대와 삼성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 지 하루 만에 실제로 폭력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가 2일 “반한(反韓) 운동이 거리에서 펼쳐지거나 폭행 약탈 방화 따위의 범행이 빚어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우려를 나타냈을 정도다.

중국의 유명 포털사이트 왕이(網易)에서 한국 음악 차트만 갑자기 사라졌다. 또한 동영상 사이트인 텅쉰(騰迅) 아이치이(愛奇藝)뿐만 아니라 PPTV에서는 한국과 관련된 최신 프로그램의 업데이트가 되지 않는 등 한한류도 확대되고 있다.

연일 사드 공세를 펴고 있는 환추시보는 2일 “롯데가 사드 용지를 제공한 것은 주왕(紂王)을 도와 학정을 돕는 것으로 보복당해도 원망할 것 없다”는 전문가의 글을 실었다. 주왕은 은나라의 마지막 왕이자 대표적인 폭군으로 사드 배치를 결정한 미국이나 한국 당국을 그에 비유한 것이다.

이새샘 iamsam@donga.com·손가인 기자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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