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내부서도 영장 재청구 이견… “기각 사유 해소 안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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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이재용 재소환

32일만에 다시 출두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재소환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 부회장은 “오늘도 모든 진실을 특검에서 성심껏 말씀드리겠다”라고 말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32일만에 다시 출두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재소환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 부회장은 “오늘도 모든 진실을 특검에서 성심껏 말씀드리겠다”라고 말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을 13일 다시 소환한 것은 삼성이 최순실 씨(61·구속 기소) 모녀에게 지원한 돈의 ‘대가성’을 규명하기 위해서다. 특검은 박근혜 대통령이 삼성 측에 여러 도움을 주는 대가로 이 부회장에게 최 씨 모녀에 대한 지원을 요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은 이르면 14일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인데, 특검 내부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달 19일 법원이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할 당시 밝힌 기각 사유를 뒤집을 만큼 충분한 물증과 관련자 진술이 확보됐는지가 논란이기 때문이다.

○ 특검, 박 대통령 표적… 마무리 절차

특검의 목표는 박 대통령에게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하기 위한 연결 고리 확보를 위해 이 부회장의 뇌물 공여 혐의를 확인하는 것이다. 수사 종료 시점이 될 가능성이 높은 1차 수사기한(28일)을 2주일 앞두고 이 부회장을 재소환해 박 대통령을 표적으로 하는 마무리 절차를 밟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박 대통령의 혐의 중 공무상 비밀 누설이나 직권 남용 혐의보다 무거운 뇌물 혐의를 밝히겠다는 자세다.

특검이 이 부회장 재소환 직전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61)과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54)을 조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검은 공정위가 박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생겨난 순환출자 고리 해소에 도움이 되는 조치를 취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해 11월 상장하는 과정에 한국거래소와 금융위가 도움을 주었는지, 그 과정에 청와대가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조사하는 것이다.

○ “대가성 규명 됐는지 의문”

특검 내부에는 법원이 이 부회장의 뇌물 공여 혐의를 인정해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게 바로 박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를 인정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박 대통령 대면 조사가 사실상 물 건너 간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라도 구속해야 ‘박 대통령의 뇌물 혐의 확인’이라는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배경이다.

문제는 법원이 지난달 이 부회장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특검이 뇌물을 받았다는 박 대통령과 최 씨를 조사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한 대목이다. 특검은 13일까지 박 대통령 대면 조사를 못 했고, 특검 관계자들 상당수는 28일 1차 수사 기한까지도 대면 조사를 못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또 특검의 소환에 장기간 불응하던 최 씨가 특검에 강제 소환돼서도 묵비권을 행사했고, 최근 소환에 응한 뒤에도 계속 묵비권을 이어가고 있다. 최 씨 조사도 사실상 못 한 것이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더라도 법원은 지난달과 똑같은 사유로 영장 기각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특검 내부에서 나오는 배경이다.

또 특검 안팎에선 삼성이 최 씨 모녀에게 지원한 돈의 ‘대가성’ 규명이 제대로 됐는지 의문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특검이 최근 입수한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 기소)의 수첩 39권에서 이 부회장과 박 대통령의 독대 상황을 추가 확인했지만, 보충적 정황이지 결정적 증거는 못 된다는 것이다.

특검 내부에서도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을 재청구해도 법원이 지난달과 마찬가지로 “박 대통령과 최 씨가 삼성 측에 도움을 주고 그 대가로 이 부회장에게 ‘뇌물’을 요구해 받았다”라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 “영장 또 기각되면 수사 동력 상실”

2주밖에 안 남은 1차 수사 기한 때문에 만약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했다 기각당하면 보강 수사를 통해 만회할 시간이 없다는 점도 특검의 부담이다. 수사 동력이 떨어지면서 SK, 롯데, CJ 등 다른 대기업 수사도 망가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법조계 전반의 시각이다. 또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50)의 직권 남용 의혹과 박 대통령의 ‘비선 진료’ 의혹 등 남은 수사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김준일 jikim@donga.com·장관석 기자
#이재용#특검#재소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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