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틈 채워주는 ‘동지형 내조’ vs 활동 자제하며 ‘그림자 내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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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밥상 얘기 나눠요/함께 뛰는 대선주자 부인들]
문재인 前대표 부인 김정숙 씨… 매주 광주 찾아… 여론 가감없이 전달
안철수 前대표 부인 김미경 씨… 공개 행보로 ‘여수사위’ 별명 일조
안희정 지사 부인 민주원 씨… 학생운동 시절부터 30년 버팀목

반기문 前총장 부인 유순택 씨… 나서는 일 드물어… 처음엔 정치 반대
이재명 시장 부인 김혜경 씨… 홀로 복지관 등 돌며 비공개 활동
유승민 의원 부인 오선혜 씨… 외부활동보다 여론 전하며 조언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대선 주자 부인들의 ‘내조 전쟁’도 일찍부터 달아오르고 있다. 대선 주자들이 전국을 다니며 자신의 비전과 정책을 알리는 것과 달리 부인들은 조용한 발걸음으로 때로는 동지처럼, 때로는 그림자처럼 무대 뒤에서 소통하고 있다.

 특히 지지율 1, 2위를 달리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부인은 노무현 정부 시절 부부 동반 모임 등을 통해 얼굴을 익힌 사이다. 문 전 대표의 부인인 김정숙 씨(63)는 최근 기자들에게 “(반 전 총장의 부인인) 유순택 여사와 잘 알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 동지형 내조 “부족한 2%는 내가”

 “여보, 이번에 광주에 가보니 지역 분들이 이야기하는 게….”

 문 전 대표는 지난해 추석 이후 매주 수요일마다 부인으로부터 이 말을 들었다. 지난해 추석 이후 5개월 동안 매주 1박 2일 일정으로 광주를 찾은 김정숙 씨가 지역에서 들은 각종 여론을 문 전 대표에게 가감 없이 전달한 것. 김 씨는 최소한의 수행원과 함께 동네 목욕탕을 찾기도 하고 시장 등을 돌며 바닥 민심을 청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 전 대표가 22일 ‘포럼 광주’ 출범식에서 “저는 많이 부족한 사람이다. 광주 시민에게 다시 손을 잡아 달라 부탁드릴 염치가 없는 사람”이라며 몸을 한껏 낮춘 것도 부인에게 들은 생생한 지역 여론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경희대 동문인 문 전 대표 부부는 대학 축제에서 만나 7년 연애 끝에 결혼했다. 문 전 대표는 ‘잊지 못할 은인’으로 “어려울 때 늘 함께해주고 기다려주고 견뎌준 아내”라고 꼽을 정도다. 최근 김 씨는 “지금 상황에서 정권교체가 나에게 주어진 숙제”라며 “그 주인공이 남편이 아니더라도 정권교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의 서울대 의대 1년 후배인 김미경 씨(54)는 현직 서울대 교수로 ‘조용한 내조형’이었지만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공개 활동이 잦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엔 딸 설희 씨와 함께 촛불집회에 잇달아 참석하기도 했다. 전남 여수가 고향인 부인 덕에 안 전 대표는 ‘여수 사위’란 별명도 얻었다. 김 씨는 8일에는 여수에서 열린 마라톤대회에 직접 출전했고, 17일에는 안 전 대표와 함께 화재 피해를 본 여수수산시장을 방문했다.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원내대표 선거 이후 다소 소원했던 주승용 원내대표와 부부 동반으로 식사를 하면서 주 원내대표와의 관계도 더 가까워졌다”고 전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부인 민주원 씨(53)는 고려대 캠퍼스 커플로 만나 학생운동 시절부터 30여 년을 함께한 정치적 동지다. 특히 노무현 정부 초기 안 지사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수감 생활을 하는 등 정치적 시련을 겪을 때마다 버팀목 역할을 했다. 안 지사를 대신해 행사장을 찾을 때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22일 안 지사가 5시간 즉문즉답식 출마선언을 진행할 때 민 씨는 “안 지사가 약간 ‘왕자병’이 있는 것 같다. 선을 넘는다 싶으면 여러분이 다시 선 안으로 넣어 달라”라며 애교 섞인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 조용한 내조 “든든한 조력자”

 활발한 대외 활동을 자제하는 ‘조용한 내조’에 치중하는 부인들도 있다.

 반 전 총장의 부인 유순택 씨(72)는 유엔 사무총장 재임 시절이나 외교부 장관 재임 당시에도 언론에 공개적으로 나서는 경우가 드물었다. 애초 반 전 총장의 정치 활동에 반대했으나 최근에는 적극적인 지지를 보인다는 후문이다. 12일 반 전 총장의 귀국길 일정을 함께 소화했고, 13일 국립서울현충원 참배, 14일 충북 음성과 충주 등 고향 방문 내내 반 전 총장의 곁을 지켰다.

 반 전 총장과 동갑내기인 유 씨는 충주여고 3학년 재학 시절 남편과 첫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1963년 반 전 총장이 충주고 재학 시절 영어경시대회에서 1등으로 입상해 미국 방문 프로그램 학생 대표로 선발되자 당시 환송행사 자리에서 복주머니를 만들어 선물한 인연을 계기로 1971년 결혼했다.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의 부인 김혜경 씨(50)도 남편과 달리 ‘조용한 내조’를 추구한다. 이 시장의 강경한 이미지를 일부 완화시키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홀로 복지관, 재래시장 등을 다니며 남편을 돕는 방식이다.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김 씨는 문화, 예술, 여성, 육아 문제에 관심이 많아 이 시장이 미처 챙기지 못하는 장소를 비공개 일정으로 찾아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시장의 각종 정책 공약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하는 역할도 한다. 이 시장의 한 측근은 “이 시장의 각종 정책 공약을 가장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이 아마 부인일 것”이라며 “남편을 적극적으로 돕고자 하는 의지가 크다”고 밝혔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의 부인 오선혜 씨(58) 역시 ‘그림자 내조’에 충실한 스타일이다. 건강 문제 등으로 외부 활동에 적극 나서기보다는 조용히 주변 여론을 유 의원에게 전달하고 조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3 재학 시절 선생님 집에서 우연히 만나 사귀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길진균 leon@donga.com·강경석·유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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