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고성윤]검증 없는 복무기간 단축은 허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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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윤 한국군사과학포럼 대표
고성윤 한국군사과학포럼 대표
 대선을 앞두고 복무기간을 절반 이상 대폭 줄일 수 있다는 허황된 주장이 나와 걱정이다. 실현 가능성을 도외시한 채 모병제로 직업군인을 늘리고, 첨단과학기술화로 전력 공백을 메운다는 그럴 듯한 주장을 내놓는다. 국가 재정 상황이나 주 위협 분석, 산악 지형 및 시가지 전투, 상대해야 할 적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무지한 주장이라고밖에 달리 평가할 수가 없다.

 이들 주장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는 적의 능력과 작전환경의 특성 때문이다. 전 인민의 무장화, 전 국토의 요새화, 장기복무에 의한 높은 숙련도, 120만 명의 대병력, 20만 명의 특수작전부대와 맞서야 하는 전투 환경, 국토의 70% 이상이 첨단무기의 효과성을 제한하는 산악 지형이란 점을 알아야 한다. 북한군은 독자적으로 전쟁을 기획해 치른 경험도 있고, 다양한 도발로 실전경험을 쌓아 온 전쟁 프로들이다. 

 10개월 복무기간 주장은 현장 목소리를 외면한 결과다. 야전 지휘관들은 병사가 1년은 지나야 기초 전투기량이나 주특기가 숙련 단계에 접어들 수 있다고 본다. 복무기간을 10개월로 할 경우 100% 신병으로 구성되는 군대가 된다. 절반 이상의 고참병이 부대를 구성해야 강한 부대가 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나아가 국가 재정을 다루는 현장의 의견을 경시해선 안 된다. 직업군인을 늘리는 대책은 봉급과 연금 등 경상비용의 증가로 이어져 이는 국방비 재정 압박을 가중시켜 전력 투자비 감소와 전력 약화로 이어질 위험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저출산과 곧 인구절벽을 맞게 될 상황에서 대안 없는 복무기간 단축은 심각한 병력 수급 문제와 이에 따른 전투력 약화를 초래할 것임을 잊어선 안 된다. 복무기간 단축 주장은 진영 논리와 무관하게 후보들이 즐겨 쓴 카드였다. 그런데 당선인들 가운데 공약을 그대로 실천한 대통령을 본 바가 없다. 복무기간을 4개월 줄이겠다고 약속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이명박 전 대통령도 약속을 못 지켰다. 박근혜 대통령조차 취임 후 복무기간 단축 공약을 고심 끝에 폐기한 바 있다.

 대선에 나설 후보들은 복무기간 단축으로 표심을 잡겠다는 생각을 접어야 한다. 정치 포퓰리즘에 연연하지 않는 책임 있는 지도자라면 현 복무기간 21개월을 5년에 걸쳐 24개월로 늘리는 공약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고성윤 한국군사과학포럼 대표
#대선#군 복무기간 단축#10개월 복무기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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