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줄여 일자리 나누기… 정작 해당법안 처리는 외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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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2017 대선공약 검증]야권 주자 ‘근로시간 단축’ 경쟁

 야권 대선 주자들이 ‘노동시간 단축’을 대선 공약으로 앞다퉈 쏟아 내고 있지만, 정작 고용노동부가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국회에 낸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통과시키지도 않아 자기모순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재계에서는 노동시간을 줄이더라도 기업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경쟁적으로 노동시간 단축 꺼내 든 野 주자들

 23일 출마를 선언한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은 노동시간 단축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주 52시간 이상 초과 근로를 법으로 금지하면 신규 노동 수요가 발생해 약 33만 개의 일자리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 시장은 “근로시간을 주 40시간까지 줄이면 일자리는 최대 269만 개까지 늘어난다”라고 주장했다.

 지난주 일자리 대책을 발표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도 일자리 창출 방안 중 하나로 노동시간 단축을 꺼냈다. 그는 “연장 노동을 포함한 노동시간을 주 52시간 이내로 규정한 노동 법안을 지키면 최대 20만4000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문 전 대표는 “노동자들이 연차휴가를 의무적으로 다 쓰게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이를 통해 일자리 30만 개를 추가로 만들 수 있다는 게 문 전 대표의 구상이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가세했다. 박 시장은 이날 ‘노동시간 주 40시간, 연 1800시간’으로 줄이는 내용의 ‘서울형 노동시간 단축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박 시장은 올해 서울시 산하 3개 기관에 ‘주 40시간 모델’을 시범 운영하고, 자신의 대선 공약으로도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주 40시간 노동이 정착될 경우 정규직 일자리가 13%포인트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 정작 노동시간 단축법은 국회 계류 중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한 정부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정부와 여당에서 “대선 공약이 아니라 지금 당장 처리하자”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난해 5월 정부와 여당이 노동 개혁 법안으로 국회에 제출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현재 주당 최대 68시간(주 40시간+휴일 근로 16시간+연장 근로 12시간)까지 가능한 노동시간을 주당 52시간(주 40시간+연장 근로 12시간)으로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도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최소 15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고 추산한다. 개정안의 내용은 2015년 9월 15일 이뤄진 노사정(勞使政) 대타협 때도 합의안에 들어 있었다.

 쟁점은 52시간 단축으로 직행할 것인지, 주당 8시간의 특별 연장 근로를 한시적으로 허용할 것인지가 첫째이고, 연장 근로를 휴일에 할 경우의 임금 문제가 두 번째다.

 정부는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중소기업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사가 합의할 경우에 한해 주당 8시간의 특별 연장 근로를 2023년까지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안을 내놓았다. 이른바 ‘단계적 노동시간 단축 방안’인 것이다. 또 정부는 기업의 인건비 상승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연장 근로를 휴일에 할 경우 임금을 50%만 할증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바로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휴일 근로와 연장 근로가 겹칠 때는 100%를 할증한 수당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 재계, “기업 충격 최소화 방안 찾아야”

 재계는 노동시간 단축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노동시간 축소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도록 연착륙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한국경영자총협회 연구 발표에 따르면 근로자 1000인 이상 대기업 10곳 중 9곳은 ‘단축된 노동시간만큼 임금을 삭감하면 노조의 강한 반발로 노사 관계가 악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경총 측은 “이런 상황에서 노동시간만 강제로 줄이면 기업들은 신규 채용을 하기보다는 생산 시설을 해외로 이전하는 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우려했다.

 기업들은 근로 시간을 단축하는 논의와 함께 임금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임금 책정을 노동시간이 아닌 생산성과 연동시켜 정하는 성과 중심 체계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근형 noel@donga.com·유성열·한우신 기자
#공약#근로시간#단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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