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내가 반기문 이겨”… 김종인 “임기 줄일 자신은 없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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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야권]민주 ‘친문 vs 비문’ 대립 심화

《 분당에 직면한 새누리당이 ‘기존 보수’ 대 신(新)보수의 대립 구도로 갈라지고 있다면 야권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대 비문(비문재인)의 깃발 아래 자리한 주요 대선 주자들의 대결 구도가 선명해지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와 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김부겸 의원 사이엔 일치하진 않지만 미묘한 공감대가 형성되는 모양새다. 비문 진영은 개헌과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제 도입을 앞세워 문 전 대표를 점점 압박하려 한다. 문 전 대표와 ‘비문’ 주자들의 정면충돌이 임박했다는 예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


● 독자행보 굳히는 문재인

“준비된 사람이란 게 내 브랜드… 국민 편 가르는 가짜 보수가 종북”
안보 토론서 北핵도발 경고했지만 사드-한일정보협정은 언급 안해


 
문재인 안보토론회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26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책임안보, 강한 대한민국’을 주제로 한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한 뒤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문재인 안보토론회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26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책임안보, 강한 대한민국’을 주제로 한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한 뒤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26일 국회에서 ‘강한 안보, 튼튼한 대한민국’을 주제로 토론회를 갖고 안보 분야 정책의 밑그림을 밝혔다. 논란 중인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에 대해선 “국회에서 먼저 논의해 달라”고 요구했다. 개헌, 대선 결선투표 등 비문(비문재인) 진영의 압박에 맞서 독자적인 정책 행보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 文, “지난 9년간의 안보 적폐 청산해야”

 문 전 대표는 이날 “더 이상 부패하고 무능한 세력에 나라를 맡길 수 없다”며 “지난 9년간의 안보 적폐를 철저히 청산하고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을 두고는 “핵과 미사일은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며 “한반도와 동북아 질서를 위협하는 어떤 행위도 성공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와 킬체인(도발원점 선제타격체제) 조기 달성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환수 △방산비리 및 병역비리 가중 처벌 등의 방안도 제시했다. 그러나 자신이 연기와 철회를 주장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에 대해서는 “다른 기회에 이야기하겠다”며 언급하지 않았다.

 문 전 대표는 자신을 둘러 싼 ‘종북(從北) 프레임’에도 적극 대응했다. 그는 “군대를 기피하는 사람들이 종북이고, 국민을 편 갈라 분열시키는 ‘가짜 보수 세력’이 종북”이라며 “특전사 출신인 나에게 종북이라는 사람들이 진짜 종북”이라고 했다. 2012년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논란과 같은 경험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속내로 보인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태식 전 주미 대사, 송영무 전 해군참모총장, 이선희 전 방위사업청장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특히 노무현, 이명박 정부 당시 주미 대사를 지낸 이 전 대사는 축사에서 “한미 동맹과 한중 관계 모두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한미 동맹”이라며 “한미 동맹 없는 한중 관계는 우리가 중국으로부터 충분한 평가와 예우를 받을 수 없는 현실이 된다”고 말했다.
○ 독자 행보 가속화하는 文

 문 전 대표는 대선 결선투표에 대해 “찬성한다”면서도 “이번 대선에 도입할지는 국회가 논의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대선 주자 몇 사람이 모여 논의할 주제가 아니라 우선 여야, 야 3당 간 먼저 협의하는 것이 옳은 순서”라고 덧붙였다. ‘선수가 경기 규칙을 정할 수 없다’는 논리로 공을 국회에 넘긴 것이다. 개헌 논의와 마찬가지로 대선 결선투표를 둘러싼 논쟁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 대신 문 전 대표는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을 통해 정책 발표와 현장 행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내년 1월에도 경제, 사회개혁, 지방분권을 주제로 토론회를 갖는다. ‘준비된 후보’의 이미지를 부각시켜 차별화에 나서겠다는 포석이다.

 문 전 대표는 이날 한 인터넷 팟캐스트에서 “이번 대선에서 ‘준비된 사람’을 제 브랜드로 하고 싶다”고도 했다.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선거운동 기간이 짧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두고 경쟁 중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이길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내가) 이기지 않겠느냐”며 “구시대 적폐에 대한 확실한 청산과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자는 게 민심인데 바꾸고자 하는 절박함에서 내가 훨씬 낫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 개헌파 세 불리는 김종인

민주의원 29명 모여 ‘개헌 압박’… 2020년 7공화국 출범 주장
“임기단축 개헌땐 재집권 가능한데 그런 자신감 없으면 지도자 못돼”


 
김종인 개헌토론회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왼쪽)가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경제민주화와 제왕적 대통령제 극복을 위한 의원 모임’ 토론회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김종인 개헌토론회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왼쪽)가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경제민주화와 제왕적 대통령제 극복을 위한 의원 모임’ 토론회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대통령 임기 (초반) 3년 동안 제대로 된 통치기반이 이뤄지지 않으면 그 뒤에 남은 임기 2년도 의미가 없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새로운 대한민국, 문제는 정치다’ 토론회 축사에서 “20대 국회가 끝나는 시점(2020년)부터 7공화국을 출범하면 된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4·13총선 직후부터 설파해 온 ‘차기 대통령 임기 단축’과 ‘(조기) 대선 전 개헌’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다만 과거와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민주당 ‘경제민주화와 제왕적 대통령제 극복을 위한 의원 모임’(가칭)은 최운열 김성수 박용진 의원 등 당내 ‘김종인 사단’으로 불리는 의원들을 비롯해 박원순 서울시장, 손학규 전 대표, 이재명 성남시장과 가까운 의원 29명이 함께 만들었다. ‘민주당 개헌파’가 세력화 신호탄을 쏘아올린 셈이다.

 탄핵 정국에서 개헌 논의를 자제했던 비문(비문재인) 진영이 공개적으로 세 불리기에 나서면서 “지금은 개헌 논의할 시기가 아니다”라는 문재인 전 대표를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하게 됐다. 향후 국회 개헌특위 구성과 차기 대통령 임기 단축 이슈를 놓고 민주당 친문(친문재인)과 비문 진영의 논쟁이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 전 대표의 이날 축사도 사실상 문 전 대표를 겨냥했다. “대선 주자들이 (개헌과 관련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는데 결국 (개헌은) 국회가 하는 것”이라고 했다. 문 전 대표 혼자 반대한다 해도 결국은 역부족일 것이라는 암시다.

 김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단축되는 대통령 임기) 3년 동안 잘하면 새로운 헌법에 따라 총리도 대통령도 할 수 있다”며 “그런 자신(감)도 없이 어떻게 나라의 지도자가 되려 하느냐”고도 했다. 문 전 대표든 누구든 차기 대통령을 한 사람이 바뀌는 권력구조에 따라 다시 총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27일에는 민주당과 국민의당 의원 68명이 ‘미완의 촛불 시민혁명 어떻게 완수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연다. 개헌에 호의적인 정세균 국회의장, 김원기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축사를 한다. 개헌파의 연이은 공세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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