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외환위기 이후 처음 ‘2월 추경’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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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경제 악화 전망에 대응

 정부와 새누리당이 내년 2월까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추경 편성이 이뤄질 경우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8년 이후 19년 만의 ‘2월 추경’이다.

 당정은 23일 국회에서 긴급 민생경제현안 종합점검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에 합의했다. 이현재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세수(稅收)에 여유가 있고 경제는 타이밍이 중요한 만큼 당은 내년 2월까지 추경을 편성해 달라고 정부에 강력히 요청했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당의 의견과 대내외 경제 상황을 다각도로 검토해 추경 편성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 ‘외환위기 버금간다’ 조기 추경 검토

 정부와 새누리당이 1998년 이후 19년 만에 ‘2월 추경’을 검토하기로 한 것은 지금의 경제 상황이 외환위기 때에 버금갈 정도로 좋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내년 경제 사정도 지금보다 좋아지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정부는 하반기(7∼12월)에는 경기 상황이 다소 나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조선·해운 등 산업 구조조정 여파로 취업시장이 나빠지면서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게 결정타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전달 대비 6.1% 떨어지며 올해 들어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경제가 더 좋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4%로 낮추며 한국 경제가 사상 최초로 3년 연속 2%대 저성장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경제지표를 보면 한국의 성장률 전망을 낮춰야 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안팎에서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가 내년도 예산을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편성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내년도 예산은 사상 첫 400조 원대(400조5000억 원)이지만 추경을 포함한 올해 총지출(398조5000억 원)과 비교하면 실제 증가율이 0.5%에 그친 ‘짠물 예산’이었다. 이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내년 예산이 완화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정부에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도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내다보며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주문했다.
○ “본예산 수정 수준 추경 이뤄져야”

 전문가들은 조기 추경 편성에 긍정적 반응을 보인다. 소비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으며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적극적인 재정 정책이 필요한 시기인 것을 감안하면 (내년 초 추경은) 추경보다는 본예산을 수정하는 의미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추경의 규모와 사용처다. 경기 보강이 시급한 만큼 최대한 규모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공공부문 부채가 지난해 말 기준 사상 최초로 1000조 원을 돌파한 상황에서 재정 건전성을 외면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적잖다. 김성태 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추경은 긴급 복지제도를 통해 저소득층의 소득을 보전해 주는 동시에 구조조정으로 늘어나는 실업자를 흡수할 수 있는 일자리 사업 재원 마련에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당정은 또 내년 예산 400조5000억 원 중 30%를 3월 말 이전에 조기 집행해 상반기(1∼6월)에만 전체 예산의 60%를 쓰기로 했다. 또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에 따른 달걀값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다음 달부터 6월까지 달걀 수입 관세를 면제해 주기로 했다. 겨울철 서민 생활 안정을 위해서는 내년 1월부터 기초생활보장수급자 대상 기준 소득을 1.7% 상향 조정해 지원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세종=이상훈 january@donga.com·신민기 기자
#추경#새누리당#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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