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김성호]제왕적 대통령제 개선하려면 대선보다 개헌이 우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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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자치법연구원 부원장
김성호 자치법연구원 부원장
 2016년 12월 9일은 12·9혁명으로 불릴 만하다. 주권자인 국민이 탄핵 정국을 주도하고, 국회가 국민의 뜻을 충실하게 이행해 주었다. 국민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조속히 국정을 정상화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 국회는 마음에 들지 않아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법적 권한과 권위가 헌법 절차에 따른 것인 만큼 존중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데 탄핵 후 정치 일정과 관련하여 일부에서는 대선 후 새로 선출된 대통령이 개헌하게 하자는 주장이 있다. 현행 헌법으로 대선을 실시하면,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를 덮어 두고 넘어가자는 것과 같아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뜻과 배치된다. 국민은 새 대통령이 개헌을 공약한다 해도 권력을 잡은 뒤에는 생각이 바뀐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개헌하라는 국민적 명령을 무시하는 것은 현행 대통령제를 유지하자는 주장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

 대한민국은 헌법 위기를 맞고 있다. 최순실 국정 농단이 없었다 하더라도 대한민국은 총체적 위기이다. 국회는 모든 국민이 촛불 집회를 통해 보여준 민심을 받들어 신속하게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국회는 작금의 혼란과 위기를 당리당략에 이용하려는 순간 국민적 저항에 부닥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면 왜 대선보다 개헌이 우선인가.

 첫째, ‘제왕적 대통령제’는 대통령마다 측근 비리로 말년을 불명예스럽게 마치고 말았다는 경험 때문에 사람의 문제이기보다 제도의 문제로 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17대 국회 이후 20대 국회까지 개헌 논의가 있었지만 대선 때문에 불발로 그치고 말았다. 정치 개혁은 선거법 개정만으로는 불충분하다.

 둘째, 우리나라 중앙정부가 기능 부전 상태에 빠져 있다. 국가경쟁력 특히 공공부문 경쟁력이 지나치게 낮아 정부 개혁이 절실한 상황이다. 권력과 재벌에 약한 중앙정부가 국가기관을 사유화해 갑질을 자행하면서 관피아가 득세하는 동안 공공부문이 지나치게 비대해졌다. 민간시장이 축소되어 일자리마저 줄어들게 하고 있다. 국회 역시 지방의회와 입법권을 나누지 않고 독점하면서 지방의회와 지방자치를 무력화하고 있다.

 4·13총선에서 양당제의 극단적 대립에 신물을 느낀 국민은 다수당과 소수당이 협치하라고 3당 체제를 만들어 주었다. 이번 촛불 민심의 본질은 국가다운 국가, 국가공동체의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국가로 개조해 달라는 함성이다.

 따라서 국회의 역사적 사명은 개헌이며 황 권한대행의 사명은 개헌 과정을 공정하게 관리하고 새 헌법에 따라 대통령을 선출하는 것이다. 국회가 촛불 집회에서 보여준 온 국민의 애국심을 국가 발전 에너지로 승화시킬 수 있도록 헌법 개정에 매진해줄 것을 기대한다.
 
김성호 자치법연구원 부원장
#박근혜#개헌#12·9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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