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평인]‘공산주의’도 ‘사회주의’도 불손한 북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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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란 말의 창시자는 프랑스의 생시몽이다. 그는 개인주의에 반대해 사회주의란 말을 사용했다. 후에 마르크스가 자본주의에 반대해 공산주의란 말을 사용했을 때 이전의 사회주의는 유토피아적 공산주의로 격하됐다. 마르크스-레닌주의에서 사회주의는 공산주의의 마중물로서 의미가 있다.

▷북한 조선노동당이 1946년 제1차 당 대회 이후 채택한 당 규약에는 공산주의란 말도 사회주의란 말도 없었다. ‘부강한 민주주의적 조선독립국가 건설’이 목표였다. 북한 정권을 수립한 뒤 처음 열린 1956년 제3차 당 대회 이후에서야 마르크스-레닌주의와 함께 공산주의 사회주의란 말이 당 규약에 등장했다. 1970년 제5차 당 대회 이후 김일성 주체사상이 당 규약에 등장했지만 어디까지나 마르크스-레닌주의와 나란히 함께했다. 그러나 김정일은 2010년 제3차 당 대표자 회의를 통해 마르크스-레닌주의, 공산주의, 사회주의를 당 규약에서 삭제했다. 이로써 김일성 주체사상이 유일지도사상이 됐다. 김정은은 2012년 제4차 당 대표자 회의를 통해 김일성-김정일주의를 새로운 유일지도사상으로 삼았다.

▷북한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이 최근 ‘김일성-김정일주의청년동맹’으로 이름을 바꿨다.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의 전신은 사로청으로 불리던 사회주의노동청년동맹이다. 북한 사회단체 및 조직 중 유일하게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를 명칭에 쓰고 있는 조직에서 사회주의란 말이 사라졌다. 김일성-김정일주의가 있는데 따로 공산주의든 사회주의든 무슨 주의를 들먹이는 것 자체를 불손하다고 보는 것일 수 있다.

▷북한은 정권의 2인자인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이 김정은 앞에서 무릎을 꿇고 대화하고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는, 절대 왕조보다 더한 체제다. 김일성 주체사상이 당 규약에 등장할 때는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조선 현실에 맞게 창조적으로 적용한 것이라는 설명이라도 달렸다. 그러나 김일성-김정일주의가 무슨 다른 주의에 의해 정당화돼야 한다면 그 자체가 최고존엄에 대한 모독이다. 갈수록 심해지는 체제 자폐증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사회주의#공산주의#유토피아#조선노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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