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와 외화벌이 압박 사이… 갈등하는 해외 北엘리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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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엘리트 줄이은 탈북]
여명거리 공사비등 상납요구 커져 처벌 부담에 ‘이민형 탈북’ 결행 늘어

노동당 유럽 담당 자금총책의 탈출과 태영호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 가족의 망명은 최근 유엔의 강도 높은 대북제재와 김정은의 자금 독촉 압박 사이에서 갈등하는 북한 해외 파견 일꾼들의 심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대북제재로 외화를 벌 길은 갈수록 막히는데도 김정은은 여명거리 건설 등 대규모 공사판을 벌여놓고 자금 상납 압박을 강화하고 처벌도 가혹하게 하고 있다. 한 대북 소식통은 18일 “많은 외화벌이 간부와 외교관이 지난해 노동당 창건 50주년 준비 때 빚까지 잔뜩 져가며 가까스로 상납금을 맞췄는데, 당국은 올해 들어서자마자 숨 돌릴 틈 없이 노동당 7차 대회와 여명거리 건설을 구실로 계속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 이상 버틸 능력이 없어 귀국하겠다고 해도 이런 상황에선 지원하는 후임자도 거의 없다고 한다. 이처럼 망명을 놓고 갈등하는 해외 파견 일꾼이 많지만 북한이 가족을 인질로 잡고 있기 때문에 선뜻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노동당 자금을 다루던 39호실 국장, 부국장급 인사 3명이 지난해 한국에 오는 등 과감하게 탈출하는 해외 체류 북한 상류층이 늘고 있다.

이들은 과거 탈북자들과는 달리 한국에 오면 북한 가족을 의식해 최대한 조용히 숨어 지내려고 하고 있다. 2000년대 이전엔 기자회견을 통해 어쩔 수 없이 신분이 노출됐지만 이제는 원치 않으면 입국 사실조차 공개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현재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은 상류층 출신 탈북자들이 국내에서 숨어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돈을 챙겨 탈북한 사람과 그러지 않은 사람의 생활 격차가 크게 벌어지기도 한다. 지난해 입국한 한 간부는 고급 아파트를 현금으로 사고 자녀에게 아파트와 벤츠 자동차까지 사주기도 했다. 하지만 간부 출신이라도 따로 자금을 챙겨 오지 못해 임대아파트에서 사는 이들도 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망명#김명철#태영호#노동당#유럽#자금총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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