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 공약=감표”… 선거 앞둔 정부-與에 ‘증세’는 금기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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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틀리는 세금제도]
“양도세 강화” 내놓았던 참여정부… 2012년 대선서 한나라에 정권 내줘
日아베, 소비세 인상 미뤄 참의원 낙승

정치권에서 선거를 앞두고 ‘증세(增稅·세금을 더 걷는 것)’는 함부로 언급해선 안 되는 금기어다.

유권자들은 복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내 지갑을 열어야 한다는 불편한 진실이 알려지는 순간 극도의 거부감을 보인다. 이 때문에 증세는 ‘민주 대 반(反)민주’를 뛰어넘는 강력한 선거 프레임으로 통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대선 당시 “복지 수준과 조세 부담에 대한 국민대타협을 추진하겠다”며 증세론을 꺼냈다가 ‘증세 없는 복지’로 돌아선 것도 ‘증세 공약=감표’라고 봤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해 1월 사실상 증세인 담뱃값 인상을 강행한 것도 2015년이 전국단위의 선거가 없는 해라는 게 고려된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로 새로운 세금의 신설이나 증세는 정권의 운명을 여러 차례 갈랐다.

종합부동산세 신설, 양도세 강화 등을 내놓은 노무현 정부는 2012년 대선에서 감세 정책을 주장한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이명박 후보에게 정권을 내줬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더불어민주당의 증세 주장을 거부한 것도 내년에 치러질 대통령 선거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도 소비세 인상을 두고 승패가 갈렸다. 2010년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승세를 굳혔던 민주당은 재정건전화를 위해 소비세를 5%에서 10%로 올리겠다는 간 나오토(菅直人) 전 총리의 말 한마디에 민심이 돌아서면서 참패했다. 반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국내외 전문가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선거 직전에 내년으로 예정된 소비세 인상을 연기하기로 결정하면서 지난달 10일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했다.

다만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2012년 대선에서 연간 100만 유로(약 12억 원) 이상을 버는 고소득자의 세율을 최대 75%까지 올려 공공일자리 등 청년 일자리 15만 개를 만들겠다는 ‘부자 증세’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어 당선됐다. 더민주당 관계자는 “증세라도 대다수 국민에게 부담이 되지 않고 그 혜택을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라면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증세#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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