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업계 ‘4분의 1 한우세트’ 들고 헌재앞 시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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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합헌]유통업계 “당장 추석부터 피해 우려”
商議 “정상적 친목교류마저 위축”
시민들 “과도한 접대-향응 없앨 계기”

28일 서울 종로구 북촌로 헌법재판소 앞에서 한국농축산연합회 관계자가 5만 원짜리 한우 선물 세트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28일 서울 종로구 북촌로 헌법재판소 앞에서 한국농축산연합회 관계자가 5만 원짜리 한우 선물 세트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헌법재판소가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헌법 가치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결정하면서 우리 사회 각 부문은 향후 이 법이 미칠 파장을 주시하며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김영란법이 사회 투명성을 높일 것이라는 점에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지만 법의 모호성, 소비생활 및 경제활동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는 적잖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당장 경제계는 울상을 짓고 있다. 헌재 결정이 난 28일 한국농축산연합회 관계자들은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상자의 4분의 1만 차 있는 5만 원어치 한우 선물세트를 들고 시위를 벌였다. 축산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시중에 나온 한우 선물세트는 전체의 93% 이상이 10만 원대 이상이어서 당장 매출 축소가 불가피하다. 김홍길 전국한우협회장은 “권력층의 부도덕한 처사로 인해 결국은 힘없는 농축수산인만 희생돼야 하는 것에 대해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반발했다.

유통업계는 올해 추석부터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고 대비하고 있다. 각 백화점은 다음 달부터 추석 선물세트 예약 접수를 시작할 예정인데, 5만 원 이하 선물세트의 종류와 물량을 늘리기로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번 추석뿐 아니라 앞으로도 전반적인 소비심리가 위축될까 봐 우려하고 있다”며 “시행령으로 정해져 있는 금액 상한선이 좀 더 현실에 맞게 수정될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의 모호성 측면에서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많다.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헌재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김영란법은 국민들의 행동기준을 명확하게 정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처벌을 받지 않으려면 국민들은 행동 하나하나마다 먼저 국가에 물어보게 됐다”며 이번 헌재 결정을 비판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합법과 위법의 경계가 여전히 불분명해 정상적인 친목 교류와 건전한 선물 관행마저 위축될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대안을 모색해 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국민권익위원회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교적 이 법과 이해관계가 적은 일반 시민들은 대체로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법학전문대학원생 장모 씨(27·여)는 “규제 대상이 광범위하고 규제 금액이 낮아 우려가 있지만 결국 이전에 접대나 향응과 관련해 문제의 여지가 컸기 때문에 입법이 됐던 사안”이라며 “법의 의도를 먼저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회사원 정모 씨는 “평범한 사람이 일상 속에서 고액 거래를 할 일은 많지 않다. 김영란법 합헌은 당연하며 오히려 불필요한 과소비를 줄이고 다른 분야의 소비로 이어지면 경제활동에 대한 우려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편집국 종합·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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