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매일 5억 혈세 쓰는 20대국회, 지각개원하면 세비 반납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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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3당은 어젯밤까지 원(院) 구성 협상을 벌였으나 국회의장과 주요 상임위원장 배분에 합의하지 못했다. 결국 20대 국회도 법정 시한인 오늘 개원하지 못하게 됐다. 지난달 11일 3당 원내사령탑 첫 상견례 자리에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그동안 개원이 늦어졌던 낡은 관습을 타파하고 법에 정해진 대로 6월에 정상적 개원이 되도록 국민께 약속한다”고 한 말도 식언(食言)이 됐다. 대한민국 국회는 1994년 원 구성 시한을 못 박은 국회법 시행 뒤 22년 동안 6번째 ‘개점 휴업’이라는 악습을 이어가게 된 것이다.

여당인 새누리당 책임이 크다. 국민이 원내 2당으로 추락시킨 총선 민의를 존중해 국회의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양보할 뜻을 시사했다가 갑자기 ‘의장직 고수’로 돌변했다. 서청원 의원의 이름이 의장 후보로 거론되고 야당에서 ‘청와대 오더설’까지 나왔지만 변변한 해명도 못 했다. 원내 1당인 더민주당도 “통 크게 양보하겠다”고 큰소리치다가 19대 국회까지 새누리당 몫이었던 국회의장, 운영위원장, 기획재정위원장, 정무위원장 등 노른자 상임위를 모두 가져가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원내 1, 2당부터 여소야대(與小野大) 3당 체제인 20대 국회에서의 협치(協治)를 바랐던 국민의 기대를 저버렸다.

오늘 재개될 원 구성 협상에서는 여야가 국회의장과 상임위원장 배정을 분리해 매듭을 풀어야 한다. 국회법 15조에 따르면 ‘의장과 부의장은 국회에서 무기명 투표로 선거하되 재적의원 과반수 득표로 당선’된다. 선출 방식이 엄연히 법에 규정돼 있는데도 여야가 의장을 나눠 먹기 대상으로 전락시킨 것이 협상을 꼬이게 만든 주원인이다.

여야 3당은 총선 전후 지각 개원하면 세비를 반납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으나 3당인 국민의당만 약속을 지킬 태세다. 일 안 해도 꼬박꼬박 세비 계좌에 쌓일 현금을 토해내자니 아까워진 건가.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20대 국회의원 1명에게 드는 세비와 의정활동 경비, 보좌진 보수를 합치면 1년에 6억7600만 원이나 된다. 국회가 개원하지 않아도 의원 300명에게 매일 5억5500만 원의 혈세를 쏟아붓는 셈이다.

13∼19대 국회까지 임기 개시 이후 개원식을 여는 데만 평균 51.2일 걸렸다. 국회법에 국회의장 및 상임위원장의 배분과 관련해 보다 명확한 규정을 마련해 21대 국회부터는 무책임과 비효율의 사슬을 끊어야 할 것이다.
#20대국회#지각 개원#세비 반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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