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 23일 봉하마을 집결… 폐족 부활선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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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前대통령 7주기 추도식 열려… 작년 물세례 맞은 국민의당도 참석
아들 건호씨 정치발언 여부 촉각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한데 모였던 야권의 유력 인사들이 5일 만에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다시 집결한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 잠재적인 야권 대선후보들이 23일 이곳에서 열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 7주기 추도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5·18 기념식이 4·13총선에서 호남을 휩쓴 국민의당의 ‘무대’였다면 노 전 대통령 추도식은 친노(친노무현) 진영이 야권 중심에 재등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07년 대선에서 대패한 직후 친노 핵심인 안 지사는 “우리 세력이 사분오열의 결말을 보게 했으니 어찌 책임을 면할 수 있느냐”면서 폐족(廢族·조상이 큰 죄를 지어 그 자손이 벼슬을 할 수 없게 된 것) 선언을 했다. 이후 친노 진영은 2009년 노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잠시 정치적으로 부활하는 듯했지만 2012년 대선 패배 등으로 다시 침체기를 겪었다.

이런 상황에서 4·13총선은 친노 진영의 성공적 재편을 의미한다는 평가가 많다. 더민주당은 문 전 대표의 정치적 기반인 PK(부산경남) 지역에서 8석을 차지하면서 “PK에서 (정치적) 축을 만들겠다”던 노 전 대통령의 숙원을 어느 정도 이뤄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출신 20대 총선 당선자만 해도 12명에 이른다. ‘폐족 친노’를 자처했던 안 지사도 대선을 앞두고 문 전 대표와 ‘경쟁하는 파트너’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8, 9월로 예정된 당 대표 경선을 앞둔 상황에서 친노의 ‘세 과시’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PK 지역 당선자는 “총선 결과를 친노에 대한 지지로 해석하는 건 아전인수”라면서 “이번 추도식이 친노의 집결 무대가 되면 당이 망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친노 패권’을 비난해 온 국민의당 지도부도 참석할 예정이어서 친노 지지자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안 대표와 천정배 공동대표, 박지원 원내대표, 김한길 의원 등은 지난해 추도식에서 물세례를 맞거나 욕설을 들었다. 더민주당 손학규 전 고문은 불참 의사를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 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유족 대표로 인사말을 할 예정이다. 건호 씨는 지난해 추도식 인사말에서 행사에 참석했던 새누리당 김무성 당시 대표 면전에서 “권력으로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고는 반성도 안 했다”고 비판했다. 올해는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참석할 예정이다. 노무현재단 측은 “(올해도 인사말에 정치적 메시지가 담길지는) 건호 씨가 직접 쓰기 때문에 본인만 알고 있다”고 전했다.

추도식 직후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는 더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국민의당 안 대표 등 야권 3당 참석자 전원과 노 전 대통령 사저에서 티타임을 가질 예정이다.

차길호 기자 kil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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