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회 상시청문회 도입하려면 국정감사부터 없애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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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국회가 20일 마지막 본회의에서 국회법을 개정해 상임위별 상시청문회가 가능해졌다. 기존 국회법에서는 법률안 심사나 중요한 안건 심사 때 청문회를 열 수 있었으나 20대 국회에서는 상임위 소관 현안이면 과반 의결로 청문회를 열 수 있다. 여소야대인 20대 국회에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뜻을 합치면 어떤 사안이든 청문회가 가능해진 것이다. 거야(巨野)는 당장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대한민국어버이연합에 대한 정부 지원 의혹 관련 청문회를 주장하고 나섰다.

우리나라의 정책 결정 투명성은 세계경제포럼(WEF)의 2015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140개국 중 123위로 낮은 편이다. 이달 말 대통령이 방문할 케냐(61위) 우간다(64위)보다 떨어진다.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불거졌을 때 청문회가 열렸다면 상임위가 즉각 진상을 조사하고 책임 소재를 따질 수 있었을 것이다. 상시청문회를 통해 국회의 감시 기능을 확대해 정부 정책 결정의 투명성을 높일 수도 있다. 미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도 상시청문회를 운영한다.

다만 국회가 상시청문회를 도입하려면 다른 나라에 유례가 없는 국정감사부터 없애야 했다. 해마다 행정부는 국정감사를 치르느라 업무가 마비될 정도이고 기업에서는 ‘회장님’의 출석을 요구하는 의원 보좌관들의 갑(甲)질을 막기 위해 로비에 매달린다. 정기적으로 실시되는 국정감사와 달리 특정 사안에 대해 실시되는 국정조사도 손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상시청문회는 사실상 우리나라의 국정조사나 다름없다.

청와대가 “행정부를 마비시키는 법안”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검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회는 일단 쥔 권한은 하나도 내놓지 않으면서 끊임없이 권한을 확대하느라 바쁘다. 지난해에는 국회에 행정입법 수정권을 부여하려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됐다. 그러면서도 국회는 19대 초기부터 약속했던 불체포특권 등 의원 특권을 없애는 입법에는 손도 안 댔다.

새로운 국회에 적용되는 규칙을 임기를 마치는 국회가 마지막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는 것도 적절하지 못하다. 상시청문회법은 19대 국회 마지막 날 여야 대표가 교묘하게 안건에 포함시키는 바람에 국민의 검증을 받지 못했다. 당당하지 못한 꼼수 입법으로 거세질 국회의 갑질을 경계한다.
#20대 국회#상시청문회#대통령 거부권 행사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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