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先黨정치’ 판박이… 北전성기 재현할 지도자로 포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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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7차 당대회 폐막]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추대

북한이 예고했던 ‘최고 수위(首位)’는 노동당 위원장이었다. 북한은 7차 노동당 대회 나흘째인 9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노동당 위원장에 추대했다. 북한이 1949년 김정은의 할아버지 김일성이 맡았던 노동당 위원장 자리를 67년 만에 부활시켜 김정은의 시대를 선포한 것이다.

○ 김일성 따라 하기의 절정

통일부에 따르면 1949년 6월 24일 북조선노동당과 남조선노동당이 제1차 전원합동회의를 열어 합당해 노동당을 창당했다. 김일성이 위원장에, 박헌영과 허가이가 부위원장에 올랐다. 따라서 김정은의 ‘최고 수위’ 직책을 노동당 위원장으로 정한 것은 바로 67년 전 김일성을 본받아 당을 최우선으로 앞세워 체제를 통제하는 ‘선당(先黨) 정치’를 선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주민들에게 ‘잘나갔던 김일성 시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려는 의도에서다.

김정은은 이번 당 대회를 ‘김일성 사회주의 따라 하기’로 포장했다. 당 대회에서 제시한 국가전략 목표도 ‘김일성-김정일주의에 따른 사회주의 경제강국 건설’이었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1960년대 김일성 시대는 북한에 가장 풍요로웠던 시절”이라며 “김정은이 당시 김일성과 같은 지도자임을 북한 주민들에게 선전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정은은 당 대회 사업 총화에서 북한이 “세계질서를 구축하는 책임 있는 핵보유국”이라며 “사회주의를 통해 평화로운 새 세계를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냉전 시대에 김일성이 강조했던 ‘쁠럭 불가담(비동맹 운동)’까지 강조해 김정은을 사회주의를 복원하는 세계적인 지도자로 각인시키려는 의도를 나타낸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다른 사회주의는 망했지만 자신들만은 사회주의 강국으로 승리해 세계를 바꾸겠다는 건 허황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김일성 시대의 지나친 자원 소진이 결국 1990년대의 국제적 고립 속에서 극심한 식량난을 겪으며 고난의 행군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자신의 시대를 선포하는 당 대회에서 ‘김일성 따라 하기’에 의존한 것은 아직 김정은 브랜드의 리더십이나 비전을 보여주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새로운 직책을 만들면서도 3대 세습에 정통성을 기댈 수밖에 없는 한계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 김영남의 건재, 최룡해의 재부상

당 핵심 권력기관인 정치국 상무위원에는 현 정치국 위원인 최룡해와 박봉주가 추가로 임명됐다. 기존 정치국 상무위원은 김정은을 비롯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등 3명이었다. 이수용 외무상은 당 정치국 위원으로 선출됐다. 김정은 여동생인 김여정은 당 정치국 위원으로 선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 대회를 앞두고 전문가들은 고령의 김영남이 물러나고 최룡해가 상무위원으로 승격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김영남이 건재를 과시하는 ‘노장청’의 조화를 유지했다. 지난해 지방 농장으로 좌천당했던 최룡해는 명실상부한 김정은 체제의 최측근 실세로 부활했다. 박봉주까지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임명한 것은 김정은이 내세운 5개년 경제발전 전략 목표 달성의 책임을 맡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정은은 7일 당 중앙위 사업총화에서 “나라의 전반적 경제사업을 내각에 집중시키고 규율과 질서를 엄격히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노동당위원장#김정은#당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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