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간담회… 구조조정 재원 마련 어떻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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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완화 논란… 구조조정 재원은?]“대우조선 퇴출땐 엄청난 부작용”… ‘정부주도 빅딜 없다’ 원칙 재강조
대기업 재무구조 평가 중순 완료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언론사 경제·금융부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양적완화에 한국은행이 나서야 한다는 주장에 100% 동의하고, 산업은행법을 개정해 한국은행의 산업은행 출자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혀 ‘한국판 양적완화’ 추진을 재차 강조했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 한국은행 등은 관계기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4일부터 국책은행 자본 확충 방안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한다.

▼ 임종룡 “현대상선, 장기로 치면 외통수… 생존 확률 50대 50” ▼

임종룡 금융위원장(사진)이 지난달 29일 언론사 경제부장단과의 오찬에서 현대상선의 운명과 관련해 “용선료 인하가 안 되면 살기 어렵고, 외국 선주와의 협상에 실패하면 법정관리로 간다”며 “(협상 타결) 전망은 반반”이라고 밝혔다. 생존 확률이 50%라는 것이다. 한진해운도 자율협약에 들어가면 마찬가지다. 또 “대우조선해양의 퇴출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정부 주도의 인위적 빅딜은 없다는 원칙을 재차 강조했다.

임 위원장은 “현대상선은 장기로 치면 ‘장군’을 받은 것이다. 한데 외통수다. 용선료 인하에 모든 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배를 빌려 쓰는 현대상선은 용선료 협상팀을 꾸려 2월부터 영국 등 해외 선주 22개사를 상대로 용선료 20∼30%를 깎는 협상을 진행해 왔다. 현대상선은 지난달 말 “용선료를 30% 낮춰 주면 용선료 인하분 일부를 출자 전환해주겠다”고 22개사에 최종 제안했다.

그는 “많은 선박을 갖고 있는 2개의 대형 선사가 (용선료 인하에) 동의하지 않고 있어 다른 곳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용선료를 깎아 주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라 협상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용선료 인하 협상은 국내 해운사들의 경우엔 처음이고, 국제적으로도 이스라엘 컨테이너선사 ‘짐(ZIM)’이 협상을 시작한 지 1년여 만인 2014년에 간신히 용선료 조정을 마친 적이 있다.

그는 ‘빅딜 불가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임 위원장은 “정부가 구조조정을 주도할 경우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으로 통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빅딜의 효과 자체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했다. 임 위원장은 “1998년 반도체, 자동차, 전자 부문의 빅딜은 사실상 실패했다”며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효과를 거두리라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외환위기 때는 정부가 은행을 통해 채권단 통제가 가능했지만 이제 해외채권, 제2금융권 채권 등의 비중이 높아 현실적으로 빅딜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임 위원장은 “대우조선해양은 선박 수주 잔량 국내 1위 업체로 직원 5만 명에 1200개의 협력 업체를 거느린 회사”라며 “이런 기업을 퇴출시키면 엄청난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가장 두려운 것이 신용경색(크레디트 크런치) 현상이다. 은행이 기업자금을 회수하면 멀쩡한 기업도 쓰러지는 흑자 도산을 야기할 수 있다”며 “그래서 5대 취약업종 가운데 조선과 해운업을 구조조정의 목표와 대상으로 선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늦어도 이달 중순까지 주채무계열(대기업그룹) 재무구조 평가를 완료할 계획이다. 앞서 금감원은 39개 대기업그룹(계열사 4443곳)을 주채무계열로 선정해 재무구조를 살펴보고 있다.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으로 분류되면 채권단과의 합의를 통해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어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구조조정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만큼 약정을 맺는 기업이 늘어날 것”이라고 관측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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