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색한 만남

발언 순서를 두고도 우왕좌왕했다. 통상 국회의장에 이어 제1당이었던 새누리당부터 발언을 시작했지만 이날은 달랐다. 정 의장은 자신의 자리를 양보한 제1당 원내대표를 배려해 “이종걸 원내대표부터 한 말씀 하시라 할까”라고 운을 뗐다. 이에 이 원내대표는 “원유철 대표님, 비대위원장까지 되셨는데”라며 사양했다. 원 원내대표는 “아유, 1당 대표님께서 하셔야죠”라며 발언권을 다시 건넸지만 이 원내대표는 이번엔 주 원내대표에게 발언을 권했다. 결국 발언은 주승용 이종걸 원유철 원내대표 순으로 이어졌다.
○ 여소야대, 궁지에 몰린 새누리당
두 야당 원내대표는 첫 대면부터 원 원내대표를 압박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번 총선으로 국민이 새누리당을 혹독하게 심판했고, 더민주당도 호남에서 혹독한 심판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세월호가 7월에 인양되면 6월 말에 끝나는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가 무슨 의미가 있나. 인양 후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4·16 세월호 참사 특조위’ 활동기한 연장을 위한 세월호특별법 개정을 제안한 것이다.
이 원내대표는 “청와대발(發) 민생경제 활성화라는 것이 국민들에 의해 거부됐다”며 “19대 국회에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노동 4법 등은 국민의 뜻대로 원점에서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노동 4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사이버테러방지법 등에 대한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세월호특별법 개정은 반대하고 있다. 이에 원 원내대표는 “19대 국회가 두 달 남았는데 남은 기간이라도 최선을 다해서 민생법안을 최대한 처리해 민생을 살릴 수 있도록 하겠다”며 원론적인 답변을 이어갔다. 각종 쟁점 법안 처리가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에 정 의장은 “각 당이 저마다 입장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마무리하는 입장에서 같이 잘 논의해 처리 가능한 것들은 처리해 주기를 의장으로서 바란다”고 말했다. 20대 총선 후 여야 3당 원내대표 첫 회동은 이렇게 30분 만에 종료됐다.
길진균 leon@donga.com·황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