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82兆 풀렸는데… 시장 “돈이 안돈다” 정부는 “나름 선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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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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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 ‘3차 위기’]<中>위기 직시 못하는 유일호 경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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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 경제가 연초부터 내수 침체, 수출 급락, 안보 위기라는 ‘3중고’에 부딪치면서 3%대 성장률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전문가들은 박근혜 정부 ‘제3기 경제팀’이 섣부른 낙관론에서 벗어나 과감한 정책수단을 내놓을 때라고 지적한다. 고민이 깊어지는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동아일보DB
한 국 경제가 연초부터 내수 침체, 수출 급락, 안보 위기라는 ‘3중고’에 부딪치면서 3%대 성장률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전문가들은 박근혜 정부 ‘제3기 경제팀’이 섣부른 낙관론에서 벗어나 과감한 정책수단을 내놓을 때라고 지적한다. 고민이 깊어지는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동아일보DB
“성장, 수출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경쟁국과 비교하면 선전한 편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달 초 구조개혁을 강조하는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며 현 경제 상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올해 세계 각지에서 금융시장 혼란, 국제유가 폭락, 통화정책 실패 등 대형 악재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가운데 한국은 북한 미사일 발사로 대북 리스크까지 불거지면서 ‘다른 나라보다 낫다’는 낙관론이 통하기 어려워졌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수출 급락, 내수 침체로 신음하는 한국 경제에 안보 위기까지 ‘3중고’가 덮쳤는데 정부가 경제 부문에서 이렇다 할 대응책을 내놓지 못해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전문가들은 유일호 경제팀이 위기를 직시하지 못한 채 안보 리스크 해결과 구조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3%대 성장률 달성은커녕 그나마 갖고 있던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마저 약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 산적한 악재에 컨트롤타워 역할 미흡

한국 경제를 짓누르는 가장 큰 악재는 수출 부진이다. 한국의 1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8.5%나 감소하고 자동차, 철강 등 13대 주요 품목의 수출이 모두 줄었다. 여기에 주변국들의 실물경제가 나빠지면서 상황이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1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2%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 중국 경제 둔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월 수출은 지난해 12월보다 20.6% 감소했다. 이 같은 감소 폭은 당초 분석기관들의 예측치보다 훨씬 큰 것으로 중국 언론에서는 충격적인 사안으로 보도하고 있다. 춘제(春節·중국 설) 연휴를 마치고 열흘 만인 15일 개장한 중국 증시(상하이종합지수)는 0.63% 하락했다. 일본은 지난해 4분기(10∼12월)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 분기보다 0.4% 감소하고, 연율 기준으로는 1.4% 줄어 전문가 전망치를 밑돌았다.

문제는 악재를 뚫을 정부의 대응이 양(量)과 질(質) 모두 부족함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재정 및 정책금융 조기 집행 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21조 원 이상 확대하는 경기 부양책은 2분기에 쓸 나랏돈을 당겨쓰는 수준에 불과하다. 기업 구조조정, 구조개혁 등을 타개할 근본적 대책 없이 재정 조기 집행 등 ‘땜질식 처방’으로 일관하면서 상황을 악화시키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위기가 불거진 상황에서 정부가 재정 대응에 나서는 건 중요하다”면서도 “하지만 통화정책, 구조개혁 등을 전방위적으로 조합해야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 부진을 타개할 대책도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발표된 신규 유망 품목 발굴 지원, 무역사절단 파견 등은 이미 기존 대책의 연장선에 그치고 있다.

최근 불거진 안보 위기에도 유일호 경제팀이 이렇다 할 대응을 못하는 점은 실책(失策)으로 꼽힌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으로 남북 경협의 판이 흔들리는데도 기재부 대외경제 당국자는 “남북 문제는 통일부의 일”이라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세금 납부 유예 등 개성공단 입주기업 피해 최소화 대책도 경제 수석부처인 기재부가 아닌 국무조정실이 총괄하며 각 부처의 기존 방안을 모아놓은 것에 불과했다.

기재부가 이렇다 할 액션을 취하지 않는 사이 한국의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0.8%포인트)은 5개월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15일 “개성공단 폐쇄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조시켜 한국의 국가신용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공식 보고서를 발표했다.

○ 불안심리 고조에 “돈이 안 돈다”

정부의 대응 미흡은 경제주체들의 심리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상 최저 수준의 저금리로 시장에 풀린 돈이 사상 최대 규모 수준인데도 자금 회전은 오히려 둔해진 게 대표적인 사례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통화량(M2)의 평균 잔액은 2182조9000억 원으로 전년(2009조6000억 원)보다 8.6% 늘었다. 이는 2010년(8.7%) 이후 5년 만에 최대 증가율이다. 특히 지난해 현금을 비롯해 입출금이 자유로운 단기 금융상품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현금통화의 평균 잔액이 70조2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20.6% 늘었다. 요구불예금(160조 원)도 23.6% 늘었다. 하지만 2년 미만 정기 예·적금은 3년째 증가율 0%를 이어갔다. 초저금리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자금이 단기 상품으로 몰린 것이다.

경기 부양에 적극 나설 것으로 기대됐던 통화당국도 이 점을 우려하고 있다. 돈이 제대로 돌지 않는 상황에 기준금리를 내렸다가 자칫 외국인 투자 자금의 유출을 부추기고 가계 부채 문제도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를 의식해 경제주체들의 불안 해소에 역점을 두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금융시장 점검회의를 열고 “글로벌 금융 환경의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며 “투자 심리가 과도하게 위축되면 컨틴전시 플랜(비상대응 계획)을 과감히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컨틴전시 플랜으로는 증시안정펀드 조성, 공매도 제한 조치 등이 검토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증권 유관기관들이 출연한 약 5000억 원 규모의 증시안정펀드가 증시에 투입됐으며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가 전면 금지됐다.

세종=이상훈 january@donga.com /이건혁 기자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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