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열병식 참석 가능성 51%”… 실리-반대여론 사이 저울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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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中전승절 참석]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 여부를 두고 청와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청와대는 20일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에 박 대통령이 참석한다는 사실만 발표하고 전승절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열병식 참석에 대해서는 “제반 사항을 파악하면서 검토 중이고 적당한 때에 알려드리겠다”는 어정쩡한 표현으로 확답을 주지 않았다. 청와대의 내심은 사실상 열병식 참석 쪽으로 기울고 있지만 최종 결정을 미룬 채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자칫 미국 대신 ‘중국 경도론’으로 비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 ‘열병식 참석 51% vs 불참 49%’

청와대 관계자는 “열병식에 참석할 가능성이 51%, 참석 안 할 가능성이 49%”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당초 전승절 기념행사에는 참석하되 열병식은 참관하지 않는 걸로 가닥을 잡고, 미국과 중국 정부에 이 ‘절충안’을 통보까지 했다.

하지만 전승절 기념행사와 열병식이 같은 장소에서 잇달아 열리는 상황에서 한쪽 행사만 선택적으로 참석하는 것이 의전상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중국 역시 행사의 하이라이트 격인 열병식 행사에 박 대통령의 참석을 강력하게 요청하면서 참석 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라고 한다. 다만 열병식 참석과 관련한 구체적인 일정이나 의전 등에 대해 중국과 협의를 하는 과정에 이견이 있어 최종 결정이 늦어지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란히 서 중국의 무력시위에 호응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여전히 나온다. 시 주석은 “6·25전쟁을 정의의 전쟁”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 “전승절은 항일전쟁… 6·25전쟁과 무관”

열병식 참석 여부 발표가 늦어지는 게 보수층 설득을 위한 시간 벌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열병식 참석 반대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서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중국의 전승절은 항일전쟁 승리를 기념하는 것이지 6·25전쟁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6·25전쟁 당시 우리에게 총부리를 겨눈 중국 인민군의 무력시위에 우리 대통령이 박수를 칠 수 있느냐는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

주철기 대통령외교안보수석이 이날 브리핑에서 ‘전승절 70주년’이란 표현 대신에 ‘항일전쟁 승리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이라고 말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표현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열병식 참석 여부 발표에 앞서 중국 전승절은 항일전쟁 때 우리와 함께 일본군과 싸운 중국 인민군의 행사라는 의미를 제대로 알리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 ‘더이상 새우가 아니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대통령 본인의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많다. 박 대통령은 13일 국정과제 세미나에서 “무슨 일이 외교적으로 생겼다 하면 ‘아이고 또 우리나라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겠네’ 이렇게 생각하면 그 자체가 우리나라 국격에도 맞지 않고 패배 의식”이라며 “우리도 역량을 가지고 창조적으로 잘 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최근 부쩍 이런 새우등 얘기를 반복하고 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새로운 동북아 질서를 대한민국이 만들어가야 한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열병식 참석 여부 결정도 이런 바탕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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