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 확대 등 ‘당근’ 제시… 노동계에 재협상 명분 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朴대통령 대국민 담화]노동 개혁

지난해와 달리 서서 경청하는 靑 수석들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 대통령 취임 1주년과 세월호 참사 담화문 발표 때와는 달리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 등 청와대 수석비서관과 참모진(뒤편 벽 쪽에 서 있는 사람들)은 이날 모두 서서 담화문 발표를 경청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지난해와 달리 서서 경청하는 靑 수석들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 대통령 취임 1주년과 세월호 참사 담화문 발표 때와는 달리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 등 청와대 수석비서관과 참모진(뒤편 벽 쪽에 서 있는 사람들)은 이날 모두 서서 담화문 발표를 경청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강도 높은 노동개혁을 주문한 박근혜 대통령의 6일 대국민 담화에 대해 노동계에서는 “발언 수위는 세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노동계가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도록 여지를 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노동개혁 없이는 청년들의 절망도,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통도 해결할 수 없다”며 4대 개혁의 첫 번째 과제로 노동개혁을 꼽았지만, 저(低)성과자 해고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언급은 전혀 하지 않고 실업급여 확대 등 노동계와 마찰이 적은 부분만 강조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임금피크제 도입 △능력, 성과급 위주로의 임금체계 개편 등을 내놓았다. 올해 말까지 전체 공공기관(316곳)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공무원 임금체계도 능력과 성과 위주로 개편하겠다는 것. 하지만 저성과자 해고 문제나 취업규칙 변경 가이드라인, 비정규직 고용 기간 연장 및 파견 확대 등 노동개혁의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노동계가 이 사안에 대해서는 “협상 대상조차 될 수 없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라 일단은 거리를 두겠다는 의도로 풀이할 수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핵심 쟁점들을 독단적으로 추진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며 “노동계가 정부를 믿고 노사정 협상에 복귀할 수 있도록 명분을 쌓아주려는 의도인 것 같다”고 해석했다.

실업급여 확대 등 ‘당근’을 제시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현재 평균임금의 50%까지 지급하는 실업급여를 60%까지로 올리고, 지급 기간도 현행(90∼240일)보다 30일 더 늘리겠다고 한 것. 이는 올해 3월 노사정 협상 당시 합의에 근접했지만 기타 쟁점에 밀려 협상이 결렬된 바 있다.

새누리당도 담화에 맞춰 발 빠르게 나섰다. 새누리당 ‘노동시장 선진화 특별위원회’는 이날 서울 구로구의 ㈜비상교육을 방문해 사업주 및 비정규직 근로자들과 함께 간담회를 열고 고충을 청취했다. 이인제 위원장은 “임금을 비롯해 근로조건에서 많은 격차가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점진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되고, 격차를 완화시켜 고통을 줄여 드리는 게 개혁의 목표”라고 말했다. 또 이 위원장은 이날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김동만 위원장과 오찬 회동을 갖고 한국노총의 노사정위원회 복귀를 요청했다.

한편 한국노총은 성명을 내고 “정부의 기존 방향을 재확인하는 데 그친 담화에 실망을 넘어 분노를 감출 수 없다”며 “실업급여를 늘리는 것도 근본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 안팎에서는 광복절 전후로 노사정 협상이 재개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통령과 정부는 물론이고 여당까지 노동계의 복귀 명분을 충분히 쌓아 줬고, 김대환 노사정위원장도 복귀하는 만큼 노동계도 더이상 장외투쟁만 고집할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노동계를 충분히 설득하고 있고,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며 “곧 협상이 재개되리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성열 ryu@donga.com·차길호 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