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자 대체복무 도입해야” vs “병역기피 수단”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9일 21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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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상에 반대하는 진지한 양심을 실현할 자유를 보장해야죠.”(양심적 병역거부자 측)

“병역 의무는 국민 전체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죠.”(국방부 측)

종교나 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자도 처벌하도록 규정한 병역법이 헌법에 어긋나는지를 두고 헌법재판소가 9일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공개변론을 열었다. 병역을 거부하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지도록 한 현행법이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지가 쟁점이었다. 이와 더불어 대체복무제 도입 여부를 놓고도 치열한 찬반 토론이 이어졌다. 헌재는 2004, 2011년 각각 7 대 2로 병역법이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는데, 이후에도 병역을 거부해 투옥되는 남성이 매해 600여 명씩 생기고 있다.

헌법소원을 낸 병역 거부자 홍모 씨 등 3명 측 대리인들은 대체복무 기회를 주지 않고 무조건 형사처벌하는 건 행복추구권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무력 충돌 상황에서도 타인의 생명을 빼앗지 않겠다는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것인 만큼 병역을 대신 이행할 수 있는 대체복무제 도입을 촉구했다. 청구인 측 법률대리인은 “양심적 병역거부로 수감된 전 세계 젊은이 중 90% 이상이 한국 감옥에 있다”며 “대만은 대체복무제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아 수요가 점점 높아지고 있고, 인권 수준을 높였다는 국제사회 평가까지 받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방부 측은 헌법상 양심의 자유보다 병역 의무가 우선한다고 반박했다. 헌법 37조 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을 위해 필요하면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게 그 근거다. 국방부 측 법률대리인 서규영 변호사는 “전 세계 유일한 분단국인 한국에서 병역 정의를 실현하려면 의무 부과가 평등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인간 내면의 신념을 객관적 기준으로 가려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병역기피 행위는 강하게 제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병역 거부자들은 제2국민역으로 편입돼 병역을 면제받는 최소한의 형인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는 게 일반적이다. 병역 거부자들은 병무청이 지난달 30일 고교 중퇴자 이하의 학력자를 현역에서 보충역으로 전환한 정책을 대체복무제 도입 가능 근거로 들었다. 입영 대기자가 군 필요인력보다 많은 상황에서 매년 600여명 수준인 병역거부자의 입대를 강제할 사회적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반면 국방부 측은 젊은 인구가 빠르게 줄어 2022~2023년이면 군입대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고 그 이후엔 병역자원이 부족하게 된다며 먼 미래를 보고 결정해야할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청구인 측 참고인으로 나온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전쟁시 병력으로서 전혀 쓸모가 없다”며 “대체복무기간을 현역보다 길게 하는 등 불리하게 만들면 병역기피자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방부 측 참고인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체복무제가 병역 기피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대체복무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인 만큼 입법부인 국회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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